화양동성당 게시판

부활을 증언하는 사람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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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만 [1004mjm] 쪽지 캡슐

2000-05-13 ㅣ No.2036

 

다시 일어서는 사람 -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

 

루가 복음 24장 13-35절에는 예수님의 제자였던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두 제자는 예수님을 오랫동안 기다리던 메시아라고 철석같이

믿어 왔는데, 그분이 너무도 허망하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는 크나큰 실망과 좌절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그들은 길을 걸으면서, 한때 가슴 벅차게 했지만 이제는

깨어진 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나그네 하나가 그들 곁에 다가서서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고는, ’성서에 예언된 메시아도 결국 그런길을 가야만 했다.’, ’고통을

거쳐야만 비로소 영광에 이를 수 있다.’라는 깨우침의 말을 들려준다.

 

그들이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에 그 낯선 사람이 계속해서 길을 갈 기색을

보이자 그들은 그를 붙잡는다.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머무르십시오." 나그네는 그들의 청에 응하여 집에

들어가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된다. 나그네가 감사의 기도를 바치고

빵을 나눌 때 비로소 두 제자는 눈이 열리어 모든 것을 깨닫게 된다. 자

신들에게 깨우침을 주어 가슴을 뜨겁게 했던 나그네가 바로 부활하신

주님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또한 그분의 수난과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길을 떠날 때의 실망과 좌절을 털어 버리고 기쁨에 가득

차서 형제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간다.그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실망과 좌절이라는 어두움을 떨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역시, 두 제자와 비슷하게, 인생의 길을 가면서 많은 실망과 좌절을

경험한다. 두 제자처럼 망가진 계획과 깨어진 희망을 뒤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부활하신 주님이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조용히 말씀하신다. ’십자가와

부활은 뗄 수 없다. 나 역시 고통을 거쳐서 영광에 이르렀다., ’실망과

좌절을 겪더라도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성체 안에 계신 주님이 들려주시는 말씀에서 용기를 얻고 그분의 손길에

서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과

그분의 몸인 성체를 통해서 실망과 좌절을 극복하게 되었다면, 이는

우리 곁에 늘 함께 계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손길 덕분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때로 우리가 겪는 실망과 좌절의 무게가 너무 커서 예수님의

말씀이 귀에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주님에게 드렸던 간청을 우리의 기도로 삼도록 하자.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머무르십

시오." 우리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과 같은 청

원을 드릴 수 있다.

 

’계획했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서, 대학 입시에 실패해서, 직장에서 밀

려나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서 제 마음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으니

저와 함께 머물러 주십시오.’

’몸이 아파서, 늙어 간다는 슬픔 때문에 제 마음이 어둡사오니 저와 함께

머물러 주십시오.’

’부부간의 불화 때문에, 아이들 문제 때문에 저희 가정이 어둠 속에 잠겨

있으니 저희와 함께 머물러 주십시오.’

’지금 우리 나라와 국민들이 실망과 혼란이라는 어둠속에 잠겨 있으니

저희와 함께 머물러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할 때 항상 우리 곁에 계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의 눈을

열어주실 것이다. 그래서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

면서 힘이 되어 주고 계심을 깨닫게 해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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