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성령 안에 사는 사람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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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만 [1004mjm] 쪽지 캡슐

2000-05-16 ㅣ No.2065

 

진리와 자유 안에서 사는 사람

 

성서에 의하면, 성령은 예수님의 말씀이 진리임을 깨닫게 해주신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이별하시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제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주실 성령 곧 그 협조자는 모든 것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실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모두

되새기게 하여 주실 것이다"(요한 14,26). "아직도 나는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너희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너희를 이끌어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

주실 것이다"(요한 16,12-13). 즉 성령이 오시면 비로소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온전히 알아듣고 그 말씀이 진리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다.

 

제자들이 3년 간 예수님 곁에서 그분의 말씀을 듣고 행적을 보아

왔지만 실상 그분이 누군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는 예수님을 하느님이 보내신 메시아라고 고백해서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을 가셔야

한다고 말씀하시자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가, "사탄아, 물러가라!"라는

심한 꾸지람을 듣는다(마태 16,13-23).

 

오랫동안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예수님을 온전하게

알지 못했던 것이다. 성령이 오시자 비로소 제자들은 예수님이 누구

신지 온전히 알게 되었다. 그분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진정 구세주로 믿고 그분의 말씀을 인생

의 진리로 받아들이는 곳에 성령이 함께 하신다고 할 수 있다.

 

성령은 2천 년 전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예수님의 말씀을 진리로 깨닫게 하는 은혜를 베푸신다. 우리는 하느님

의 말씀인 성서를 자주 읽지만 그저 건성으로 읽는 경우가 많다.

옮은 말씀, 좋은 말씀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가슴에 와 닿지 않은 것이

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말씀이 마치 화살처럼 가슴에 와 꽂혀서 생

각과 삶을 바꾸어 놓는 때가 있다. 이것은 분명 성령의 은혜다. 이에

대한 좋은 예를 아우구스티노 성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오랜 방황의 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한 무렵

어느 날 옆집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들고서 읽어라." 그는 즉시

성서을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 읽은 첫 번째 말씀이 로마서 13장

14절이었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온몸이 무장하십시오. 그리고 육체의

정욕을 만족시키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십시오." 아우구스티노는

후일 이렇게 말했다. "그 말씀을 읽으면서 나의 마음은 빛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깊은 평화가 왔습니다."

 

진리이신 그리스도에게 충실하도록 이끄시는 성령은 동시에 자유의 영

이시다. 사람은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것에 매이기 쉽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없다가 늦게 아이를 하나 보면, 부모는 그 아이를 더할 나위

없이 귀하게 여길 것이다.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아이에게 매이기

쉽다. 유다인들의 율법에 대한 열정이 이와 비슷한 경우였다. 모세가

전해 준 하느님의 율법을 그분의 선물로 알고 애지중지하는 것은 좋았

지만, 그것이 지나치자 율법 자구에만 매여 그 근본 정신을 보지 못하는

율법주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성령은 우리가 예수님에게 충실하도록 이끄시지, 그분 말씀의 자구에만

매달려 율법주의에 빠지도록 하시지는 않는다. 그래서 바오로는, 성령은

율법에서의 자유(로마 7,1-6; 갈라 4,21-31), 죄와 죽음의 세력으로부

터의 자유(로마 6,7.15-23;8,2)를 주신다고 강조한다.

 

오늘날에도 성서의 자구에 매여서 도리어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이들은 피를 먹지 말라(레위 17,10-16)는

성서 말씀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 수혈을 거부한다. 그래서 실제로 어머

니가 어린 자녀에게 수혈을 거부하여 생명을 잃게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람은

없다."(요한 15,13)라고 하셨고, 몸소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며 죽으심

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셨다. 이렇게 볼 때 예수님이 가장 바라시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데 자신을 헌신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성서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자구에만 매달리면 정작 핵심적인 것을

놓치고 오히려 사람을 상하게 하기 쉽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문자

는 사람을 죽이고 성령은 사람을 살립니다."(2고린 3,6)라고 말했다.

성령은 우리에게 예수님에 대한 충실과 동시에 율법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자유를 주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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