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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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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mathias] 쪽지 캡슐

2004-01-06 ㅣ No.2827

주님 공현 대축일

마태오 2,1-12

드러남

 

+ 찬미 예수님

 

오늘 주님 공현대축일의 의미는 이제 예수님께서 어떤 특정한 인물들에게만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것이 아닌 모든 이들이 그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이제 공적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드러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반응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 세상의 구세주가 나셨다는 사실에 대한 표면적인 반응은 놀람이라는 똑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놀람에 대한 결과는 각각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 부류는 그 놀람으로 인하여 기뻐하고 한 부류는 불안해합니다.

 

왜 똑 같은 분을 두고, 똑 같은 사실을 두고 이렇게 두 가지의 각각 다른 결과로 드러나는 것일까요? 이는 바로 인간 자신들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도둑 제발 절인다”는 식으로 이미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 이들은 그 영역을 빼앗길까봐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움켜진 손을 절대 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본인이 꼭 쥐고 있는 손안에 들어있는 것이 돌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금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절대 놓지 않는 모습과 같습니다.

 

구세주를 내 안에서부터 나를 구원할 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순히 나를 침해하는 존재, 나와 상반되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와 상반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시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분이시거나 우리 일을 방해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보호자요 협조자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 주님께서는 이 공현을 통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나셨습니다. 주님의 공현은 이렇듯이 우리들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 자신을 드러내 놓길 원하십니다. 세상의 모든 거짓된 옷을 벗어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으로 드러나도록.

 

예수님의 오늘 이 공현은 바로 당신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마치 너무 굶주려서 먹이는 찾고 있는 맹수들에게 밥이 되어 다가가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오직 아버지 하느님만을 믿고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것입니다.

 

정글의 법칙은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사자의 새끼라 할 지라도 자신의 약함으로 인하여 어렸을 때에는 숨어 지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무모하리 만큼 당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적에게 드러내 보이십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내 자신을 드러낸다고 하는 것은 외형적인 나의 모습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내면의, 내가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조차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이런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되고 그로 인하여 나는 더욱 위축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을 믿고 진실된 우리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시다.

 

그러나 분명 그 믿음은 나를 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 그리고 나의 주변 이웃에게 나의 이런 나약함 모습을 드러냄은 단지 흠이 아니라 내가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믿고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될 때 우리의 모습이 하느님보시기에 합당한 자로 하나하나 변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러한 내 모습이 싫다고 해서 조금씩 조금씩 나를 숨기는데 급급하게 된다면 우리는 점점 순수했던 우리의 모습을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오직 하느님만을 믿고 세상에 우리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모습이 혹 나의 단점이라 할 지라도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우리 노력의 모습을 보시고 분명히 당신께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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