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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상이에게...성탄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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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수 [piazzang] 쪽지 캡슐

1999-12-22 ㅣ No.643

극상이에게 들려주고픈 성탄절 이야기 마지막편.

 

아기가 된 하느님 2

 

하느님은 구름에 난 구멍을 통해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단다.

 「그리고 저들의 도움도 필요할 때가 있지. 자네도 <파트너>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그럼요. 그러니까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죠? 걱정 마세요. 당신의 부하인 제가 있잖습니까?」

 「고맙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예언자를 보내세요.」

 「그렇게 하지.」

 「메뚜기 떼와 태풍과 불개미와 살인벌도 보내세요.」

 「그러지, 뭐.」

 「파라오나 독재자나 영웅을 한두 명 보내는 것은 어때요?」

 「그렇게 하지.」

  뷰바는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고양이를 빤히 바라보았단다.

 「아무도 안 믿을 거야.」

  하느님이 말했어.

 「뭘 말입니까?」

  뷰바가 물었단다.

 「내가 고양이를 내려보낸다면 말일세.」

 「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하느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단다.

 「나는 하느님이잖아.」

  그러자 뷰바는 화를 내며 소리쳤어.

 「그러면 왜 좀 알아서 하시지 않아요?」

 「내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줄 아나?」

  하느님은 주머니 속에서 두꺼운 검은 책을 꺼내어 펼쳐 보이며 말했단다.

 「다음 100만 년 동안 내가 해야 할 일들의 스케줄을 좀 보겠나?」

 「다 취소해 버리세요. 전부 취소하라구요. 이 일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뷰바는 고양이를 집어 하느님 무릎 위에 올려 주었지.

  하느님은 잠시(인간의 시계로는 1세기나 2세기쯤 된다) 생각하면서 고양이를 어루만졌단다. 그리고는 뷰바를 돌아보며 말했지.

 「좋은 생각이야. 그러지, 뭐.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서 저들 앞에 나타나 내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

 「그건 안 돼요.」

  뷰바는 하느님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단다.

 「그러니까 제 말은‥‥‥‥」

 「말해 보게. 그래선 왜 안 된다는 건가?」

  고양이는 하느님의 손을 핥고 있었단다.

 「나는 하느님이야.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가 있어. 안 그런가?」

 「꼭 그렇지만은 않죠.」

  뷰바는 조심스럽게 대꾸했지.

 「왜냐하면 당신은 하느님이기 때문에 인간들을 놀라게 할거란 말이에요. 그들은 당신을 바라볼 수조차 없을 겁니다.」

 「그건 또 왜?」

 「당신의 그 얼굴 때문이죠.」

  하느님은 뭐라고 대꾸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뷰바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단다.

 「아니, 그런 심한 말을! 내 얼굴이 어때서? 고양이도 내굴엔 전혀 신경을 안 쓰잖나?」

  하느님은 무릎 위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단다.

  뷰바는 눈알을 사방으로 굴리며 머리를 저었지.

 「그 눈부신 빛 때문이란 말입니다, 대장. 우리는 길이 들었으니까 괜찮죠. 하지만 대장이 가끔 어떤 일에 흥분이라도 할 때면, 나도 짙은 색안경을 써야만 하는걸요.」

  뷰바는 구름 사이로 난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단다.

 「하지만 저들은 인간입니다. 저들에게 당신은 너무 무리예요. 너무 놀라고 겁이 나서 당신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변장을 하고 가지. 검은 색안경과 모자를 쓰고 커다란 콧수염을 달고, 우산을 쓰고 가면 되지 않을까?」

 「말도 안 돼요. 하느님이면 떳떳하셔야죠. 그리고 변장을 하고서야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탄식을 하던 하느님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벌떡 일어섰단다. 그 바람에 무릎 위에서 졸고 있던 고양이가 구름위로 굴러 떨어졌지.

 「생각났어 !」

 「뭐가 말입니까?」

  뷰바가 물었어.

 「아기가 되어 내려가면 된다구!」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씀을! 아니, 어째서 그런‥‥‥‥」

 「아니야! 기막힌 생각이라구. 기발한 아이디어야!」

  하느님은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에 맞춰 구름 위를 덩실덩실 춤추며 돌아다녔단다. 고양이는 뷰바 뒤에 숨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느님을 보고 있었지.

 「내가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고?」

  하느님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자못 감탄하며 말했지. 그러자 뷰바는 얼굴을 찡그리며 하느님께 이렇게 빈정댔단다.

 「차라리 고양이가 되어 내려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그리고 멋진 구경거리를 만드는 거야.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말이지. 하늘에는 커다란 별을 띄우고, 목동들과 세 명의 동방 박사, 아니 네 명으로 하지, 그리고 양들과 당나귀와 코끼리 같은 동물들을 등장시키는 거야. 나는 코끼리를 무척 사랑하거든.」

 「코끼리라구요?」

  뷰바는 코끼리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날 마구간이 있어야겠지. 그리고 조그마한 여인숙과 주인, 또‥‥‥‥」

 「천사들은 제발 잊어 주세요.」

  뷰바가 선수를 쳤단다.

 「그렇지! 천사들! 천사들을 총동원해야지!」

  하느님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좋아하며 날뛰었다. 하느님은 구름 사이로 난 구멍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지.

 「저들도 아마 무척 좋아할 거야! 그리고 마침내는 내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그들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을 사랑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나의 메시지를 깨닫게 될 거라구!」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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