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극상이에게... 성탄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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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수 [piazzang] 쪽지 캡슐

1999-12-23 ㅣ No.648

극상이에게 들려주고픈 성탄절 이야기 마지막편.

 

아기가 된 하느님 3

 

 뷰바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지.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하느님께 말해야 할지, 말하지 않아야 좋을지를 판단할 수 얼었던 거야.

 「저들이 어떻게 그런 걸 깨달을 수 있겠느냐구?」

  하느님은 다시 뷰바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물었지.

 「저들이 어떻게 아기를 거부할수 있겠어? 파리도 다치게 하지 못하는 작은 아기를 말이야.」

  그러나 뷰바는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단다.

 「저들은 그러고도 남아요, 대장. 저들은 노상 잊어버리니까요. 어쩌면 저들은 당신이 자신들을 사랑한다는 말까지도 원치 않을지 몰라요.」

 「상관없어. 그들이 기억할 때까지 우리가 계속 말해 주면 되니까. 그리고 우리가 만든 이  아기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멋있어서, 그들은 매년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며 기억하게 될 거야.」

  하느님은 단호하게 말했단다.

  뷰바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어.

 「저는 이 일에 직접 참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아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입니까?」

  그러자 하느님의 눈동자는 혜성처럼 빛났단다.

 「기쁨과 즐거움과 축복 속에서 이루어지게 해야지. 이 이야기 속에는 나눔과 베품, 희생, 모험 등 모든 중요한 요소들이 다 포함되어 있어야 해.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지.」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당신도 아시잖아요.」

 「나는 대답을 피하고 있는 거야.」

 「맞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시려는지 말씀해 보시라니까요.」

  하느님은 뷰바에게 구름 사이로 난 구멍을 가리켰단다. 뷰바 와 고양이는 하느님이 가리키는 아래를 내려다보았지. 거기에는 곧 결혼식을 올릴 젊은 남녀가 한 쌍 있었어.

 「난 저들을 선택하기로 했다.」

 「선택을 하다뇨?」

  뷰바는 눈이 둥그래지며 물었어.

 「저 여자는 아홉 달 후에 사내 아기를 낳을 거야. 그 아기가 말하자면 바로 나지. 그리고 아기의 이름은 에‥‥‥‥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하느님이 입을 벙긋하고 벌리자, 그의 금니가 햇빛에 번쩍하고 빛났지.

 「그렇지, 예수라고 부르게 하는 것이 좋겠군. 예수는 신의 언어로 <인간을 사랑한다>는 뜻이니까.」

  뷰바는 뒤로 나자빠지며 앓는 소리를 냈단다.

 「아이구, 맙소사!」

 「왜 그래?」

  하느님은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뷰바를 바라보며 물었지. 하느님께는 분명하고 이치에 맞는 일이라도 천사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

 「저 젊은 커플이 사람들에게 이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하느님은 히죽 웃고는 말했단다.

 「걱정도 팔짜로군. 내가 누구야? 나는 신이잖아. 모든 것이 그들에게 딱딱 맞아 들어갈 테니 두고 보라구. 내가 하는 일이야. 인간들을 위하여 나의 100만 년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그들에게 가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리고 그들로 하여금 이 이야기를 두고두고 전하도록 하려는 것일세.」

 「당신이 그렇게 하시겠다면 해야죠, 뭐.」

  마침내 뷰바는 굴복하고 말았지. 천사가 하느님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아무렴. 해야 하고말고」

  하느님은 일어나서 길게 기지개를 켜고 나서 말했지.

 「당장 시작하자구. 자네가 해줘야 할 일이 많아.」

 「제가요?」

  뷰바는 이마를 찌푸렸단다.

 「자네가 아니면 누가 하나. 가서 목동들을 모으구, 별도 준비 해야지. 그리고 축복할 일에 동원될 천사들도 대기시키구 동방 박사들한테도 연락을 해야지. 기왕이면 그들 중 하나는 여자로 해주겠나? 음악이 있으면 더 좋겠지. 모차르트가 바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 그리고 베들레헴에 있는 마구간을 하나 예약해 두게. 그 착한 커플이 몇 달 후에 그곳에 도착할 테니까 말이야. 마리아와 요셉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이 이야기를 성서에 기록해서 후세에 전할 사람들도 미리 물색해 둬야되겠지.」

  하느님은 신이 나서 구름 위를 춤추고 다니며 중얼거렸단다.

 「오, 이 일은 정말 재미있겠어.」

  뷰바는 하느님이 말한 것들을 모두 빠짐없이 메모한 뒤에 하늘과 땅으로 바쁘게 왕복하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역사에 나와 있는 대로야.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이 원했던 대로 해마다 성탄절이면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게 된 거란다.

 

  그때에 한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말하기를, 「너는 한 아기를 갖게 되리니, 그의 이름을 예수라 하라.」그리하여 마리아는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으니, 여인숙에 방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한 천사가 들판의 목동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그들은 아기 예수를 보기 위하여 즉시 마구간으로 달려갔느니라. 그리고 동방 박사들은 베들레헴의 마구간을 비추는 거대한 별을 따라 아기 예수를 찾아와 황금과 유향과 몰약과 풍선껌을 예물로 바쳤느니라.

  그러니까 아기 예수 안에는 하느님이 계시단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 인간들을 차츰 알게 되고, 우리는 하느님을 조금씩 알게 된 거야. 예수는 성장하여 우리 인간들에게 하느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끊임없이 깨우쳐 주었단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구 우리가 잘되길 바라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라시지. 우리가 노래하면 하느님은 거기서 박수를 치고 있으며, 우리가 즐거울 때 환성을 터뜨리구 우리가 슬퍼할 때면 하느님도 같이 우신단다. 우리가 그 모든 것들을 잊어버릴 때를 대비하여 하느님은 예수를 이 땅에 내려보냈고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성탄을 축하하게 함으로써 잊어버린 기억들을 되살려 주곤 하지.

  하느님이 예수를 통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단다. 그와 똑같은 시간에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통해서 세상에 태어났던 거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하느님은 우리들 속에서 웃고 울고 춤추고 달리고 얘기하고 있으며,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깨우쳐주고 있단다. 또한 우리 안의 하느님은 우리들 각자가 서로 사랑하도록 일깨워 주며, 하느님이 우리에게 준 이 세상을 사랑하고 보존하고 깨우쳐 주고 있단다.

 

  이제 너에게 들려주고픈 이 마지막 이야기도 끝낼 때가 된 것 같구나. 모든 것의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단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이제 끝났어. 그것은 이제 우리가 함께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설 때가 되었다는 뜻이야.

  그리고 내가 더 이상 옆에서 성탄절에 관한 얘기를 해주지 않더라도, 지금까치 들려준 이야기들만 들추어보면 이 세상을 사랑으로 변화시킨 마구간의 그 아기가 생각날 거야. 그 아기로부터 용기와 힘을 얻으렴. 그래서 그 아기가 한 것처럼 너도 이 세상을 변화시키렴.

 

그 동안 <극상이에게...>를 아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번엔 좀더 재미난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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