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신앙체험수기]중학교 1년 김현철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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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수 [kangcarolus] 쪽지 캡슐

2000-10-18 ㅣ No.5055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

 

중1 김현철 시몬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첫영성체를 한 후 지금까지 복사를 합니다. 어머니는 제가 복사를 하면 성당에 더욱 열심히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복사를 하는 것은 어머니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도 어린이 미사 때마다 제대에서 신부님을 도와서 왔다 갔다 하는 형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복사를 시작했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새벽 미사를 나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저의 새벽미사 복사 차례가 있는 날에는 항상 하느님을 만납니다. 언제부턴지 저는 자꾸 잊어버리기를 잘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나는 원래 기억력이 나쁘니까 하고 생각해 버립니다.

 

이런 저의 나쁜 버릇은 복사 일까지에도 그 마수를 뻗칩니다. 그래서 저는 새벽미사 복사 차례가 있는 전전날까지는 기억을 하다가도 복사 차례 전날에는 맨날 까먹습니다. 시계를 맞추어 두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자기가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잊고 자는데도 매일 새벽미사에 가야 할 시간만 되면 나는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고 옷 장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소란을 피우면, 엄마는 주무시다가 "왜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난리여! 빨리 자빠져 잠이나 자!"라며 소리치십니다.

 

그래도 왠지 제가 뭔가를 빼먹은 듯한 생각이 들어서 성당에 가보면, 그날이 바로 저의 새벽미사 복사 차례인 것입니다.

 

이렇게 제가 새벽에 그것도 저의 복사 차례인 날마다 일어나는 이유는 꿈 때문입니다. 새벽미사 차례인 날에는 웬일인지 꿈을 꿉니다.

 

보통 꿈의 시작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이 됩니다. 가령 함께 복사를 하는 세영이와 PC방을 가서 게임을 하는 그런 꿈을 꿉니다.

 

그런데 재미있게 놀다가 갑자기 누가 뒤통수를 갈깁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서 잠을 깨게 됩니다. 그런데 그때 제 머리를 친 사람을 모니터에 반사된 모습으로 보았는데, 저의 생각에는 하얀 수염이 많은 할아버지였습니다.

 

또 한 번은 꿈에서 친구들과 야구를 하는데 뒤에서 누가 방망이로 나를 마구 때렸습니다. 결국 저는 쓰러졌는데 그때도 제가 쓰러지면서 힐끗 본 얼굴은 하얀 수염이 많은 할아버지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그분이 하느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그분은 확실히 하느님이셨습니다. "현철아 복사 당번인데 그만 자고 일어나라!"하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이셨습니다.

 

비록 꿈속이지만 하도 많이 맞아서 이제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복사 차례도 빠지지 않고 성당에도 꼬박꼬박 잘 나옵니다.

 

그래서 요즘 꿈에는 그 할아버지도 안 보이고 맞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조금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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