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5977]그후 거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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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물방울은 그의 곁을 떠나 같습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그에게 찾아 온 것은 그때였습니다. 지키지 못한 약속과 자신의 불찰을 후회하며, 거미는 그렇게 죽음과도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집은 엉망이 되어갔고, 정신마저 피폐해져 자신마저 버리고자 했던 그때...
새의 습격을 받은 것은 아마 그 즈음으로 생각됩니다. 다행히 엉망이 되어버린 집의 한 귀퉁이에 걸려 있던 잠자리가 그를 대신해서 희생양이 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그 일이 거미에겐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복기하듯 자신을 되돌아보던 거미는 예전에 물방울이 했던 말이 기억났습니다.
“너를 잊지마. 네 안엔 항상 내가 있어. 네가 너를 잊으면, 그땐 나도 없는거야”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간 그 시간 속에서 물방울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던 겁니다.
눈을 뜨고 바라본 세상에는 새로운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 희망의 빛 안에서 그는 물방울의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물방울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그에게 주고자 했던 사랑의 의미를.
거미의 눈에서 한방울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숲을 비추던 햇살에 그 눈물이 반짝입니다.
언젠가 처음 만났던 그 물방울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