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대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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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 [mirikim] 쪽지 캡슐

1999-01-05 ㅣ No.168

아빠가 또 입원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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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으로 염색을 하시고, 반듯이 넘긴 머리, 정장이 너무도 잘 어울리시는 체격,

 

항상 윤이 번뜩이는 구두. 이게 지난 내 아버지의 모습이였다.

 

그 병을 앓기 전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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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3학년 가을 쯤 아버지는 43년간의 생활이셨던 초등부 교사직을

 

"정년퇴임"이라는 명예와 영광을 한 몸에 받고 정든 학교를 떠나셨다.

 

산으로 냇가로 가끔은 대전으로 유학(!)간 딸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기숙사로

 

찾아오시며 등 그렇게 여가 생활을 즐기셨다.

 

그러던 97년 11월 어느 화요일..

 

가게에서 약주 한 잔 드시다 그 자리에서 쓰러지셨다.

 

그 때 난 퇴근 길로 집에 (자취집) 오는 길이였다.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전화 벨이 울렸고, 나는 그 소식을 들었다. (대전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의식이 없으신 채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모습을 창문으로 들여다 보는 마음은...

 

 

중풍이라는 병명과 오른쪽 팔.다리 감각의 마비 증세..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은 지났다.

 

지난 1년동안 변한게 있다면, 하얗게 희어버린 머리카락.

 

왠지 쓸쓸해 보이시는 어깨.

 

정장 옷 대신 입으신 두터운 체육복.

 

윤이 나던 검정색 구두 대신 신으신 하얀색 실내화.

 

이게 지금의 내 아버지 모습이다.

.

.

 

하지만 그렇게 비관적이지만도 않다.

 

나름대로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시는걸 보면, 그리고 이렇게 돌아 오는 기차에서

 

그동안의 생활을 짧게나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음을..

 

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으신다고 해도 그전처럼의 건강한 모습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 모두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리고, 조금은 어색한 단어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적고 싶다.

                                                

                    

                                                      99.1.4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P.S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잘 하고 계시리라 생각 되지만, 부모님 마음 아프게 하시지 마시고,

 

집 떠나오신 분 안부 전화 자주 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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