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설농탕 잡수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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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4-15 ㅣ No.3392

설농탕이라고 아시죠. 소 뼈를 푹 고와서 우린 하얀 국물에 수육이 몇점 뜨고 그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설렁탕 말이에요.

그 설렁탕이 '소가 설렁설렁 물 건너 가듯 멀건 국물'이라서 설렁탕이 아니구요, 사실은 우리 동대문구 제기동에 조선왕조 5백년 동안 국왕(임금)이 행차하여 제사를 지냈던 '선농단(先農檀)'이란 게 있었거든요.

지금도 제기역에서 신설동 쪽으로 내려가다가 함흥면옥과 두산타워빌딩 사이로 들어가면 옛날 서울사범대학교 자리에 선농단이 있습니다.

 

옛날 조선시대 때는 나라의 산업이란 것이 농사뿐이었잖아요? 그 당시는 농사가 잘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서 백성들이 배불리 먹느냐 못 먹느냐 하는 시대 였으니

'농사야 천하지 대본' 했잖겠어요. 오죽하면 임금이 친히 입춘 후 첫 돼지(亥)날에 선농단에 나와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겠습니까?

帝神農氏...농사를 처음 가르쳐준 고대 중국황제에게 제사를 지내고 나서

임금이 왕세자와 영의정과 친히 소에 쟁기를 걸고 논과 밭을 가는 시범을 만조백관과 백성들에게 보이고 나서 제사에 쓰기 위해 잡은 소뼈를 고운 국물에 밥을 말아서 임금과 신하들, 그리고 백성들이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선농단에서 먹은 국말이 탕이라 해서 '선농탕(先農湯)'이라 했고  닿소리 이어받침(자음접변)에 따라 설농탕이 된 것이랍니다.

다가오는 수요일 4월20일은 24절기 중에 곡우(穀雨)날 입니다. 그날 11시에서 12시까지 누구든지 제기동 선농단에 오시면 제가 맛있는 설농탕을 푸짐하게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절편 떡도 드리구요.

10시에 동대문구청에서 어가행렬을 해서 제기동 선농단에 도착하여 간단한 식과 제사를 지내는 전통문화행사 구경도 하시구요.

또 제가 주관하는 동대문문화원의 주부백일장에 참여도 하시고 초등학교 자녀들 백일장에도 보내세요. 시와 산문을 쓰는데요, 당선한 1등에게는 30만원 상금도 있구요. 가작도 10만원씩 드려요. 그리고 가정에서 쓰는 타올수건도 드려요.

 

무엇보다도 본인이 사는 내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좋은 일이거든요. 답십리가 왜 답십리인지 아세요? 논(畓)이 십리만큼 펼쳐있어서 답십리다? 글쎄요. 논둑이 십리나 뻗쳐 논둑을 밟고(踏) 십리를 가니까 踏十里라? 글쎄요.

아마도 뒤의 것이 맞을 겁니다. 왜냐하면

답십리는 예전에 한강이 범람하면 한천(중량천)에서 내려오는 물이 차서 벼농사는 거의 지을 수가 없는 물바다이고 미나리꽝이었으니까요.

전농동은 임금님의 논과 농창을 '전농(典農)'이라고 했거든요.

그곳에는 임금님의, 즉 왕실의, 논이 있었고 그곳에서 나오는 쌀을 궁궐로 가져가는 방앗간과 창고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농동이라 하는 겁니다.

 

서울의 동쪽인 동대문구는 원래 햇볕과 물이 풍부해서 농사가 잘된 곳이지요.

현재 장안동이라고 하는 옛이름 장한평(長漢坪)은 한천과 한강의 삼각주 땅이라 비옥한 토양의 논이 많아서 일본놈들이 동양척식회사를 만들어 우리국토를 찬탈하면서 지금 휘경동 법무부 외국인보호소 자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장한평을 개간해서 반듯반듯한 논을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답십리와 장안동의 큰길은 에전에 전부 농사용 하천이 흐르던 곳이랍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 모든 동대문의 역사는 제기동 선농단과 연관이 있는 것 들입니다. 심지어 제기동이란 이름도 제사(祭) 지내는 터(基)라 해서 祭基洞 이거든요.

우리 고장의 역사문화를 알면 우리 고장을 사랑하게 되고 나아가 나라를 사랑하는 기본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음주 수요일 본당에서 10시미사 참석하신 후에 맞은편에서 720번 타고 제기역에 내리셔서 선농단에 오셔서 맛있는 설농탕을 많이 드세요. 경치도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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