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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0중년의 삶 - 4,50대 되신분들께는 공감이 갈수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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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한 [jelka] 쪽지 캡슐

2004-11-09 ㅣ No.611

우리는 우리를 이렇게 부른다.
동무들과 학교 가는길엔
아직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강가에서는 민물새우와 송사리 떼가
검정 고무신으로 퍼 올려 주기를 유혹하고,

학교 급식빵을 얻어가는 고아원 패거리들이
가장 싸움을 잘 하는 이유를 몰랐던
그때 그 시절을 보낸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생일때나 되어야 도시락에 계란하나
묻어서 몰래 숨어서 먹고,
소풍가던날 리꾸사꾸(룩색)속에
사과 두개, 계란 세개,

사탕 한 봉지중 반 봉지는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들을 위해,
꼭 남겨와야하는걸 이미 알았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본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6.25를 겪은 어른들이,

너희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머리에서 빼 놓지 않고
이야기 할때마다...

일찍 태어나 그 시절을 같이 보내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움과 행복 사이에서,

말없이 고구마와 물을 먹으며....
누-런 공책에 바둑아 이리와 나하고 놀자.

철수와 영희와 나하고 노올자...
침 묻힌 몽당연필을 쓰다가....

단칸방에서 부모님과 같이 잠들때에도
우리는 역시 이름없는 세대였다.

글자 배우기 시작할때부터
외운 국민교육헌장,
대통령은 당연히 박정희 혼자인줄 알았고.

무슨 이유든 나라일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빨갱이라고 배웠으며,

학교 골마루에서
고무공 하나로 삼십명이 뛰어 놀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제세대...
6.25세대,  4.19세대....
5.18세대,  모래시계 세대...

자기주장이 강했던 신세대등.....
모두들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씩 미국에서 건너온
베이비붐세대 혹은 6.29 넥타이부대라

잠시 불렸던 시대에도.
우리는 자신만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불임의 세대였다.

선배 세대들이 꼭 말아 쥔 보따리에서
구걸하듯 모아서 겨우 일을 배우고...
꾸지람 한마디에 다른 회사로 갈까 말까 망설이고...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몸따로 마음따로 요즘노래
억지로 부르는 늙은 세대들

어느날 자다가 불안하여 돌아보니
늙으신 부모님은 모셔야하고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다른 길은 보이지 않고....
벌어놓은 것은 한 겨울 지내기도 빠듯하고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고,
도전하기에는 이미 늙은 사람들,

회사에서 뭐라 한 마디하면 알아서 말 잘 듣고,
암시만 주면 주저없이 짐을 꾸리는 세대.

주산의 마지막 세대이자,
컴맹의 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독재자로 모시는 첫 세대

늙은 부모님 모시는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야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정작 자신들은 성장한 자식들과
떨어져 쓸쓸한 노후를 보냄을

받아들여야하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는걸
미안해 하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퇴출세대라고 부른다.

50대는 이미 건넜고,
3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기를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다가,

늦은 밤 팔지못해 애태우는
어느 부부의 붕어빵을 사 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 내 놓았다가
아무도 먹지 않는 식은 그 붕어빵을
밤 늦은 책상머리에서 혼자
우물거리며 먹는 우리를...

모두들 이름을 가지고
우리들 이야기 할때도 이름없는 세대였다가,

이제야 당당히 그들만의 이름을 가진,
기막힌 세대 바로 이 땅의 사십대.

고속성장의 막차에 올라탔다가
이름모를 간이역에 버려진 세대
이제 우리가 우리를 퇴출이라고 부르는 세대.

진정....

우리는 이렇게...

불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돌아올수 없는 아주 먼-곳으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좋은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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