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오늘은 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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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1-04-07 ㅣ No.6519

모처럼 오늘은 독서실이 쉬는 날로...

 

그 동안에 밀린 잠과 휴식을 보충하고자 늦장을 부리고 있을무렵...

 

아침부터 어머니의 성화에 잠을 깨고 말았습니다...

 

이유인즉 저번 식목일에 외할아버지 산소근처에서 뜯은 쑥을 가지고

 

외삼촌댁에 계신 외할머니께 가지고 갈 쑥떡(일명 개떡이라고도 하죠~ ^^ㆀ)

 

을 만들자는 것이였습니다...

 

식목일에도 전 성묘도 안가고 독서실에 있었더랬습니다.. ㅠ.ㅠ

 

순간 저는 ’모처럼 한달에 한 번 쉬는 건데 꼭 이런식으로 피곤하게

 

해야만 할까?’하고 짜증이 북받쳤지만...

 

어쩔수 없이 어머니와 오빠, 저 이렇게 셋이서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무렵까지 송편이며 쑥떡을 만들었죠...

 

떡이 다될 무렵...

 

어머니는 또 특유의 베푸심(?)으로 윗집이며 아랫집 할 것없이

 

이웃들에게 돌리기 시작하셨습니다...

 

매번하시던 일이였건만...

 

오늘만큼은 특별히 더 짜증과 불만이 섞이고 말았습니다...

 

’외삼촌댁에 가져갈 것과 이웃들에게 돌릴것을 빼고 나면 우리몫은

 

겨우 몇 개밖에 남지 않을텐데...에이~ 너무 하시는거 아냐? 나누는 것도

 

좋지만...매번 이렇듯 우리만 엄청 고생하구...남좋은 일만 시키네~

 

엄만 왜 저러실까?’

 

외삼촌댁에 가져갈 떡을 주섬주섬 싸시는 어머니를 보며...

 

"전 안갈래요~ 아침부터 떡하느라 잠 못잔것도 피곤한데...그냥 집에서

 

쉬면서 책이나 볼래요."라고 했지만...

 

어머니의 강요와 핍박(?)에 못이겨 온가족이 외삼촌댁으로

 

직행했습니다...

 

가면서도 계속 툴툴거리며...

 

"오늘 나 없었으면 어쩔려고 그랬어요?"

 

"글구 베푸는 건 좋은데 엄마 너무하는거 아녜요? 왜 하필 우리만 매번

 

이래야 하는데?"

 

"딴 친척들은 그런것두 없잖아~ 우리만 너무 고생스러워...그렇다구

 

알아주는 사람두 없구..."

 

"에이~ 짜증나...!! 내가 이 나이에 부모님 동반해서 친척집이나

 

다녀야하구..."

 

하지만 어머니는 애써 웃으시며..

 

"외할머니 때문에 그러는거야~ 얼마전 노환으로 아프시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해봤자 앞으로 얼마나 할수 있다고.. 오늘 하루는 네가 그냥

 

 참았으면 좋겠다."

 

순간 저는 더이상의 말은 하지 못하고 맘속의 불만만 가득한 채

 

외삼촌댁에 도착을 했죠...

 

하지만 도착하고난 후 환하게 웃으시며 "공부하기도 힘든데 왜 왔어?"

 

라고 말씀하시는 외할머니와 외삼촌내외분을 보고는...

 

잠시...아까의 그 맘을 접을 수 있었습니다...

 

이사하신지 거의 3달만에 처음 방문한 외삼촌내외분은 굉장히

 

좋아하시면서...

 

"오늘같은 주말에 온가족이 다 오셨네~ 아이구..."

 

한참을 이런저런 다과를 나누던 중 저녁무렵쯤에 온 친척들이 모일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데로 자리를 옮겨 맛있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겸 근처 노래방으로 갔더랬습니다...

 

거기서 모두들 평소와는 다르게 많이들 오버해가면서 그동안 아프셨던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이리저리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거기에 박장대소를 하는 친척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할머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고정됐죠~

 

할머니의 눈가엔 촉촉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나 거기모인 모든 친척들은...

 

가슴 한켠의 뭉클한 것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할머니의 기쁨과 사랑의 또다른 표현이였습니다...

 

모두들 저마다의 삶에 바빠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는데...

 

이렇듯 좋은 계기가 마련되어 서로의 삶도 나누고..

 

어울려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거기서 전 이런것이 행복인데...

 

요새 내 삶은 왜 이랬던가...

 

솔직히 주말마다 어쩔수없는 제 개인적인 공부가 겹쳐서 근 한달째

 

주일미사에도 참석 못하고...

 

그런 와중에 사순은 시작되었고...

 

그 사순시기가 저에겐 악몽같은 시간들이였죠...

 

제가 맡은 성가대며 창세기 성서봉사...또 기타 이런저런것들...

 

어쩌면 그동안 제게 부여됐던 모든걸들이 부담스러워 더 혼란스러웠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잠시 지현언니가 집 앞에서 불러 잠깐 나가게 됐습니다...

 

그 옆엔 오랫만에 보는 원섭이도 있었고...

 

그 동안 제 얼굴이 많이 안됐다며...

 

이 못난 저를 걱정해주고 있었습니다...

 

순간...

 

모두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내가 뭐기에...

 

이렇듯 좋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걱정거리가 될까?

 

내색은 안하지만 언제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있는 우리 막내들...

(경훈이..원배..용주..애형...)

 

또 요사이 제 십자가를 대신지고 있는 희연언니와 형진오빠...

 

그리고 항상 반갑게 맞아주는 쉼님과 우리 성서가족...

 

모두에게...

 

죄송하지만 저 내일까지 참석을 못하게 될 꺼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이 기분 이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여...

 

앞으로 돌아오는 주님의 부활절을 더 배로 느낄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을 굳힙니다...

 

주님...

 

이 미천한 어린 양이 방황할 때마다 항상 이끌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제게 힘이 되어주시는 주위의 모든분들께...

 

저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돌아오는 수요일부터는 뵐 수 있겠죠~

 

그럼 그때까지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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