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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reality76] 쪽지 캡슐

2001-02-26 ㅣ No.3206

뒤늦게 신앙을 갖게 된 나는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다.

 

지금도 형편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을 시기에

 

친근히 다가와준 성당사람들은 그 당시에는 알지도 못했던,  아니 부정하기 까지 한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서서히 눈을 뜨게 해주었다.

 

남편도 성당을 나가게 되면서 변화된 나의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아직도

 

주일이면 구김이 많이 간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바람으로 따르곤했다.

 

"띡--띡--"

 

몇푼의 동전으로  몇분간 근근히 생명을 유지하는 병원 텔레비젼에 동전을 넣었다.

 

그다지 즐거울 것 없는 시답지 않은 내용으로 몸을 확 드러낸 옷차림의 여자들이

 

웃고 있다. 어머니는 그 입은 꼴이나 당신은 즐겁지 않은데 희희낙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못마땅하신지 등을 돌려 누으셨다.  어머니는 당뇨병에 합병이 와서 병원입원 중이시다.

 

유달리 깔끔하신 성격탓에 다른 누구의 간병도 허락치 않으신 까다로움 때문에

 

한시도 곁에서 떠날 수 없는 형편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병간호 하는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육체적 피로도 물론이거니와 주일미사에 참석치 못한다는게 햇병아리 신자인 내게

 

여간 갑갑스러운게 아니었다. 교대로 몇시간 만이라도... 간절한 나의 바램을

 

하늘이 들으셨는지 남편은 뜻밖에 말을 했다.

 

 

입춘이 지났다지만 날씨가 아직은 차다. 바람은 면도칼처럼 날카로웠다.

 

미사시간이 한참 지났는지 성당으로 가는 길이 한산하다.  쇼윈도에 엉클어진 머리와

 

구겨진 잠바차림의 나를 본다. 차려입고 준비되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고 살짝

 

미소지어본다. "다 이해 하시죠?"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못난 모습을 보이면서

 

"나 이쁘죠?"하는 그런 심사인가.. 성당 내에 들어가자 갑자기 숨이 꽉 막혀왔다.

 

가득 메워 서 있는 사람들 틈에는 빈자리라고는 하나도 없었으니깐. 더군다나

 

내 몸은 상당히 지쳐있었다.

 

’저기 자리가 있네’ 중간즈음에 비워진 자리는 내 자리였다. 그런데 그곳까지

 

가기가 힘들었다. 가장자리 앉은 사람들은 열심히 기도하는데 왜 방해하느냐는

 

표정으로 민망하게 했다. 아니 어쩌면 나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른다

 

’난..미사시간도 제대로 맞춰오지 못한 사람인데...어쩔수 없지..’

 

’그래도 난 오랜만에 지친몸을 이끌고 하느님을 뵈러 왔어.’ 그 짧은 시간에

 

수만가지 생각이 더욱 지치게 했다.  그렇게 내 마음에 육중한 문을 닫고 자물쇠를

 

걸어잠근 후 뒤돌아 한없이 걸아 나갔다. 그 길이 그렇게 길었던가..

 

그 중간에 내 자리가 자꾸만 좁아져 가더니 서서히 사라져 버리는 순간 한 어린이가

 

내 손팔을 잡아 끌었다.

 

"아줌마 이리로 앉으세요" 아이는 멋적었는지 손가락으로 성가책을 토닥토닥 두드리고

 

그 옆에 어머니가 웃으면서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어쩌나..오 하느님.. 한 사람이 사소한 것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또

 

아주 사소한 것에 감동을 할 수 있는군요.

 

 

잠깐동안 가졌던 나의 마음을 봉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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