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어떤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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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10-29 ㅣ No.5482

 

현정이와 연지는 같은 아파트 아래윗집에 사는 단짝 친구입니다.

연지네 집은 101호.

연지는 엄마아빠가 돌아 가신 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다녀왔습니다."

"그려... 또 위층 가게?"

할머니가 밥 주랴 물을 새도 없이, 연지는 가방을 방에 겨우 던져 놓고 위층 현정이네로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어서들 와라."

"엄마, 우리 배고파."

"그래, 오늘은 엄마가 연지 좋아하는 새우볶음 했지."

현정엄마는 연지가 집에 놀러올 때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계란말이며 새우볶음 같은 반찬을 한상 가득 차려 놓고 연지의 점심을 챙겨 줍니다.

샘을 낼 법도 한데 현정이는 오히려 한술 더 떠, 연지 밥숟가락 위에 맛난 반찬을 골라 얹어 줄 정도입니다.

"연지야, 많이 먹어."

"헤.. 너도 많이 먹어."

현정이와 연지 두 친구는 공부를 할 때도, 놀 때도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정이가 지독한 감기에 걸렸습니다.

현정이는 학교에서 조퇴를 하고 엄마 등에 업힌 채 집에 돌아왔습니다.

"현정이, 많이 아파요?"

현정이가 제일 좋아하는 막대사탕 하나를 들고 문병을 온 것입니다.

"현정아, 연지 왔는데 들어오라고 할까?’

"그냥 가라고 그래."

얼마나 아프면 친구도 귀찮을까? 딱해 하며 연지를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현정이 깨면 부를깨."

"네에... 그럼, 이거 현정이 주세요..."

"그래...고맙다."

연지를 돌려보낸 뒤, 현정이에게 물었습니다.

"느이들 싸웠니?"

"아니... 연지에게 내 감기 옮기면 안 되잖아. 연지는 간호래 줄 엄마도 없는데...."

아이의 그 속 깊은 말에 엄마는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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