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눈물의 시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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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10-30 ㅣ No.5486

 

대학입시에 짓눌려 친구하나 마음 편히 사귀기 힘든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내게는 둘도 없는 단짝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내리 몇 년을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공부한 우리는 집도 같은 방향이었고 취미도 성격도 비슷해 전생에 쌍둥이가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우리, 같이 공부할까?"

"어. 그러자!"

학교에서 내내 붙어 있는 것도 모자라 방과 후에도 헤어지기 싫어서, 하루는 우리 집에서 하루는 그애 집에서 돌아가며 밤샘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고3이 다 끝나가고 대학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학력고사 성적에 따라 하향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우린 소신지원으로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원서를 냈습니다.

"우리 합격될까?"

"그래... 될 거야."

입학원서를 내고 시험을 보고... 모든 일이 숨가쁘게 진행됐습니다.

마친내 합격자 발표날,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어? 내 이름 있다!"

"......"

친구만 합격을 하고 나는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만 것입니다.

그날부터 후기대학 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한 달 넘게 나는 방안에만 틀어 박혀 꼼작도 않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전화를 걸고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지만 나는 대학에 붙기 전엔 인생도 우정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후기대 시험날이었습니다.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혼자 집을 나선 내가 고사장 정문에 막 들어서려는 순간 친구가 날 불렀습니다.

"주연아! 여기야 여기. 만나서 다행이다. 나만 붙어서 미안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거 암기과목 요점정리 한거야. 오늘은 다른 거 볼 필요 없고 이것만 훑어보면 될 거야,"

친구는 두꺼운 스프링 노트 두 권을 내게 건넸고 공연히 부끄럽고 미안해진 나는 고맙다는 말을 안으로 삼킨 채 노트를 받았습니다.

"너 끝나고 나올 때까지 여기 있을게. 혼자 시험 본다고 생각하지 마."

"아냐... 그럴 필요 없어."

"야, 만약에 니가 붙고 내가 떨어졌으면 넌 어떻게 했겠냐?"

"그... 그거야...."

’만약 내가 붙고 친구가 떨어졌다면...’

눈물이 핑 돌아 약해진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돌아서는 등뒤에 대고 친구가 소리쳤습니다.

"잘 해 이주연 파이팅!"

나는 친구의 응원을 뒤로 하고 고사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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