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선홍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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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11-01 ㅣ No.5491

 

한 아이가 온몸에 멍이 든 채 병원을 찾았습니다.

"쯧쯧..."

의사는 아이에게 ’급성골수성백혈병’ 이란 진단을 내렸고 아이는 항암치료를 위해 무균실로 옮겨졌습니다.

치료를 받기 위해 아이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혈소판’.

하지만 기증자를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매일같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큰일이네요. 저대로 두면 위험한데."

아이의 생명을 시시각각 시들어갔습니다.

그때 절망한 어머니에게 간호사가 전해 준 희망의 빛 하나.

그것은 ’새빛누리회’ 라는 이름의 ’헌혈봉사자모임’ 이었습니다.

다급한 어머니는 연락처를 받자마자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거기 저...."

그곳에서 마침내 헌혈하겠다는 이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헌혈봉사자가 오기로 한 날, 어머니는 작은 선물을 준비해 병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갔지만 한 시간이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약속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아들의 병실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노란 혈소판을 수혈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헌혈봉사자였습니다.

"아이는 괜찮죠?"

"뵙고 싶어 기다렸는데... 고맙습니다."

그 후에도 그 얼굴 없는 천사는 아무도 모르게 와서 생명을 나눠주고 말없이 사라져, 작은 감사의 선물이라고 전하려는 어머니를 애태웠습니다.

그날도 시간 맞춰 진을 치고 천사를 기다렸지만 그 숱하게 오가는 이들 틈에서 얼굴도 모르는 그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때 낯익은 간호사가 다가와 어머니에게 쪽지를 건네 주었습니다.

쪽지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습니다.

’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와 당신이 똑같이 그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이에요.’

어머니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그 이름모를 천사의 사랑은 어느새 혈관을 타고 아이의 몸 속으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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