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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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sylvia62] 쪽지 캡슐

2003-07-16 ㅣ No.1703

 

  

 

                                 이재완  

 

 

욕망의 끝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커다란 문이 있더군요

사람들이 말없이

그 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더군요

그 문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보지 못했습니다

 

문 앞에는 문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떠메고 온

넓고 좁은 땀내젖은 길들이

하얗게 말라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문 저너머에도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길이 있는지

흙길 밟고가는 발자욱소리

문 앞에 서성거리는 가슴에 구멍을 냅니다

나도 며칠을 그 상처로 앓았습니다

 

병원엘 다녀왔습니다

의사선생님이 그러더군요

가슴안에 웬 문을 담아갔고 다니느냐고

깜짝놀라 내 몸을 들여다보니

아, 문 하나가 있었습니다

며칠째 나를 앓게한것이 상처가 아닌

문이라니......

그 문을 없애야 아픔도 없어진다는데

나는 그냥

그 문을 갖고 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나도 그 문으로 들어갈테니까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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