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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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sylvia62] 쪽지 캡슐

2003-07-20 ㅣ No.1712

나는 누구인가

 

한 때는 나도

곱디 고운 얼굴에

예쁘게 분칠하고

건강을 자랑하듯

젊음으로 생기가 넘쳤었지.

 

예쁜 옷 입고

거울 앞에서 미소지을 땐

그 모습에 내가 반하기도 했네.

 

세월이 무엇인가!

마냥 젋기만 할줄 알았던게

나의 무지인가!

 

일그러져가는 내 얼굴

늘어지는 피부

스며드는 황혼을 어찌 막을손가!

 

아들 낳았다 기뻐뛰고

딸 낳았다 살림밑천이라

마음든든했고

쥐면 터질까

불면 날아갈까

애정과 정성으로

애지중지 키운 내자식!

 

이제는

기력없는 이 몸

혼자서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그 자식을 낳고 미역국 먹은

자신이 부끄러워지네

이 깊은 골짜기에 날 두고...

하지만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보고싶은 내 새끼!

 

정에 굶주리고

사랑에 굶주린 내가 될 줄

예전엔 생각도 못했네.

 

이제는

정신마저 혼미하여

날 잊고 산다네.

 

이것이 똥인지

저것이 밥인지

가르쳐준들 내가 알까

 

몸이 아프고

배가고파도 말도할 줄 모르고

욕창으로 몸이 썩어가도

죽은듯이 난 모르네.

다만

천사처럼

아기처럼 미소만 지을뿐.

 

먹여주면 먹고

닦아주면 웃고

싸는것조차 내 맘대로 할수없어

부끄러운 곳마저 드러내어

맡기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바보가 되었네.

 

나를 보는 이들은

왜 혀를 끌끌찰까!

 

예쁘게 빗어넘기던 내 머리도

봉사자의 손길로 이젠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도 어렵게 돼버렸네.

 

날마다 닦아줘도 냄새나는 내 몸

기저귀에 실례를 해놓고도

미안해할줄 모르고

누군가의 손길만 기다리니

이것이 어디 삶인가!

그러나 죽음인들 내가 알까!

 

가끔씩 찾아오는 손길들..

따뜻한 미소와

부드런 손길이 오늘도 그립네.

이 못난 인간

안아주고, 닦아주고, 웃어주며

옴몸을 땀으로 적셔도

날 사랑한다 하는 그들...

 

이 못난 나를 보고

천사라하며

더러운 이내몸 닦아주네.

감사하단 말도 할줄 모르는

나는 바보라네.

 

지금은

내가 누군지 나도 모르지만

과거에 내 잘못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네.

 

그리고...

말하고싶네.

그저...

서로 사랑하며 살라고...

 

내가 이 세상 떠나는 그날!

그날엔...

비가 왔으면 좋겠네.

내 마음을 대신하는 비가...

 

경기도 포천의 양로원 ’마리아의집’---

 

 

모든이가 해피하기를 영란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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