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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을 왜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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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3-02-17 ㅣ No.7657

단식을 왜 합니까?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장학금을 받으면 아주 기뻐하고,
많은 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우리 자식은 돈 타면서 공부한다.”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사실일지 모릅니다.

 듣는 이들 또한 이러한 사실을 부러워하고, 선망의 눈길을 보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기 자식의 못난 점을 돌아보고, 자기 신세를 한탄하기도 합니다.

부모들이 그런 것처럼 공부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도 나도 장학금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쉬지 않고 공부합니다.

물론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려고 하는 학생들이나
그것을 바라는 부모들을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복음적으로 볼 때, 이러한 모습이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더 나아가 칭찬해 주고
축하해 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복음적으로 볼 때 우리가 진짜 자랑을 하려면 장학금을 양보한 것을 자랑해야 합니다.
나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동료를 위해 우리 자녀가 장학금을 내놓았거나,
아예 어려운 동료를 위해 장학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해야 할 것입니다.

 장학금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잘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학생이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복음적인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양보하고 희생해야 합니다.
특별히 좋은 환경이나 유복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그런 자녀를 둔 부모는 그것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평소에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훈육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베푸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살면,
언젠가 나도 베푸는 사람이 됩니다.

 이와 반대로 받는 것을 부러워하고 탐내며 살게 되면,
언제나 받는 사람으로만 남게 됩니다.

 우리 자녀가 희생하고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늘 받기만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희생과 양보를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 자녀는 더 이상 부모를 존경할 더 높은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더 높은 성덕을 쌓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자녀가 늘 남에게 받기만 바라는 수준에 머문다면,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고 덕을 베풀어 하느님의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하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오직 받는 훈련만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주는 것보다 받기만 바라는 삶에 너무나 익숙합니다.

그러기에 덜 받으면 섭섭해 하고, 못 받으면 원망하고,
제때에 주지 않으면 비판하고 화를 내기 일쑤입니다.
받는 것만 바라고 살다보니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게 되고,
오직 위만 바라보고 살다보니,
정작 자신이 지금 많이 받고 누리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빈곤감만 높아갈 뿐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풍요 속에 빈곤을 느끼고,
행복이 늘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내려가면 언제나 풍요롭고 감사할 일들뿐인데,
내려 갈 줄 모르니 늘 경쟁과 다툼과 원망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시대,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베풀고 양보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아,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이 시대 우리 젊은이들이
얼마나 영적으로 메마르고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희생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닙니다.
희생이란 십자가를 지는 행위이며,
나를 죽이고 너를 살리기 위한 참 사랑의 행위입니다.

 따라서 평소에 훈련되고 단련되어 있지 않으면,
목숨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의 수련이 없으면 결코 해 낼 수 없습니다.

 희생과 나눔이 없는 사순절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그것을 주님께서 결코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순절에 주님께서 바라시는 단식을 해야 합니다.
단식의 진정한 의미는 희생에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데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희생을 실천하기 위해 특별히 훈련하라고 사순절이 있는 것이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단식한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올 해는 우리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참다운 단식을 하여
주님께 향기로운 제사를 바쳐 드리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주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고,
하느님의 영광을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드러내 보이도록 합시다.

(참고도서: "만남"(예화로 읽는 복음묵상). 신은근 지음. 바오로 딸 2012. p 15-18.)

 수원교구 밤밭 김봉기 마태오 신부님이
<단식을 왜 합니까?> 주제의 말씀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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