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22/08/10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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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7-30 ㅣ No.5108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22/08/10 수요일

 

라우렌시오 성인은 스페인의 우에스카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로마 교회의 일곱 부제 가운데 수석 부제였던 라우렌시오의 임무는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빈민들을 구호하는 일이었습니다. 로마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박해자들이 교회의 보물을 바치라고 하자 라우렌시오 부제는 교회의 재산을 남몰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뒤 그들을 박해자들 앞에 데려갔습니다. “이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 이에 분노한 박해자들은 라우렌시오 부제를 불살라 처형하였습니다. 258년 무렵이었습니다. 라우렌시오 부제는 가난한 이들이 바로 교회의 보물임을 일깨워 준 성인입니다.

 

예전에 신학생 시절에 한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 친구는 다른 이들이 모임이나 놀이를 하고 나면 누가 거들어 주지 않아도 혼자 남아서 다 놀고 난 뒤치다꺼리를 하곤 했습니다. 테니스장도 혼자서 롤러를 밀고, 축구가 끝난 후에 혼자 남아 그 커다란 운동장을 하나하나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뒷정리를 했습니다. 그 덕에 나머지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신부가 된 후에도 누가 특별히 부탁한 것도 아니고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이도 없는데 여기저기 다니며 나무를 심으며 궂은일과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해 주곤 했습니다. 그 덕에 많은 곳에 많은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는 우리 가운데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고, 많은 이들의 존중과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지금에도 그 친구가 늘 떠오르고 마음 한가운데 살아 있습니다. 똑똑하지도 남보다 특별히 잘난 면도 없어 보였지만 늘 성실하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누군가를 위해 배려하고 마무리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 그 친구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결심이 아니라 실천을 보여 주었고, 아무리 크고 넓은 공간도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며 정리하면서 마치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면서 살았던 존재였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4-25)

 

사람들은 훌륭한 재능과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칭찬을 하긴 하지만 고마워하지는 않습니다. 출세하고 부자가 된 사람들도 부러움을 사기는 하지만 역시 고마워하지는 않습니다. 자기 개인의 남보다 나은 모습은 타인의 주목을 받기는 하지만 존경이나 감사를 표하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시기와 질투의 표적이 되고 생명을 위협받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사회에 헌신하며 기여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존경과 감사를 받습니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바라보는 성인 성녀분들도 다른 누군가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고 봉사했다는 면에서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감사를 받습니다. 주 예수님의 뒤를 따라 구원의 희생 제사를 우리의 삶으로 이루어 나가기로 합시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26)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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