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혜화동 할아버지의 새해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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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3-01-07 ㅣ No.3461

청량리식구들께.

1월3일에 쓴  글로 새해 인사를 대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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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축복하는 눈이 하얗게 내리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혜화동 대신학교에서 있은 서울대교구 신년 하례식에 참가를 했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항상 고즈넉한 분위기의 대신학교는 눈에 덮여 더욱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교구장에서 물러나신 뒤  혜화동주교관에 살고 계신  ‘혜화동 할아버지’ 김수환추기경님이 집전하신 미사에서는 정진석대주교님이 강론을 하셨으며, 추기경님은 미사 후에 새해 덕담을 해주셨습니다.

 

 추기경님은 항상 우스개하듯 소박하게 말씀을 꺼내시지만 무언가 모르게  영혼의  울림을 주는 분이시라는 것을 오늘도 느꼈습니다.

 

추기경님은 올해는 양의 해로, 양은 성서에서 보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양에 비유하셨고 , 당신은 착한 목자로 언급하셨다는 이야기로 서두를 꺼내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신부님이 들려준 양의 특성을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말씀하시며 ,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묵상하게 해 주셨습니다.

 

첫째 양은 지독한 근시로 스스로 앞 길을 잘 못 찾는답니다. 따라서 목자의 인도가 필요하며, 자기를  보호할 힘이 없어 무리와 함께 있어야 한답니다. 또 먹이도 독자적으로  찾지 못해서  목자가 인도하는 대로 풀밭을 따라 이동해 다닌답니다.

 

추기경님은 하느님과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자신이 "양과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추기경님의 연세가  올해로 만 81세에 이르러 하느님 앞으로 갈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목자이신 하느님의 인도하심이 없이는 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 혼자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없으니 하느님의 울타리 안에서 머물며 목자가  지켜주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믿고 따르는 점,  그리고 목자가 생명의 양식을 주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양과 같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추기경님은  또한 오늘의  복음 “ 보라 저기 세상의 죄를 없애주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지나간다...”를 인용하시고  우리 자신이 ‘세상의 죄를 없애주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우리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드러나야겠다고 덕담을  맺으셨습니다.

 

추기경님의 새해 덕담을 들으며 “ 양은 제 주인의 음성을  잘 알아 듣는다”는 성서 말씀대로 목자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고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응답하는 삶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또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추기경님의 어깨에 기대고 싶어하지만  자연의 이치에 따라 나날이 노쇠해지시는 그 모습에서, 그리고  하느님 앞에서 한없이  약해져 목자를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음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시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그 어떤  말씀 이상 가는 깨달음을 들었습니다.

 

올 한해,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우리 삶이 순한 양과 목자와의 관계라는것을 항상 잊지 않고 묵상하며 평화를 만들며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1월 3일에 쓴 것으로 컴퓨터가 고장나서 늦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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