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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5.13 아름다운 쉼터(내 인생은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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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5-13 ㅣ No.382

내 인생은 작업 중(박범신, ‘산다는 것은’ 중에서)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진행자는 “선생의 생애를 한마디로 축약해서 말한다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 인생은... 작업이었지요.”하고 대답했다. 그 질문에 맞닥뜨렸을 때, 머릿속에 ‘사랑’이 떠올랐다. ‘작업’이라고 말을 바꾼 것은 ‘사랑’이라는 낱말이 너무 낡고 상투적이라고 느껴서였다.

“작업요? 무슨 작업 말씀인가요?” 진행자가 고개를 갸웃하고 반문했다.

“연애하기 위해 상대편을 유혹한다는 그 작업요. 나는 글을 쓸 때도 꼭 독자에게 작업을 거는 기분이에요. 내 진심을 과연 알아줄까. 회답이 올까. 글을 쓰기 전엔 늘 그런 의문들 때문에 초조해요. 가르치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저들은 나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 줄까. 환호하며 동의해 줄까, 뭐 그런 생각을 해요. 집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삼십 년 넘게 함께 산 아내한테 작업을 해요. 애들한테도요. 정말 그래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작업이었다는 확신이 들어요.”

‘작업’은 사랑 그 자체보다 사랑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 속의 ‘기술’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그렇더라도 사랑의 기술 중 가장 으뜸이 ‘진정성’이라고 전제하면 용어가 갖고 있는 느낌이 그다지 중요할 건 없을 것이다.

아무렴. 사랑에 있어 기술은 ‘과학’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본원적 욕망을 갖고 있고, 또한 사랑의 풍향에 예민한 안테나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진정성이 없는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작업’은 그래서 고통스럽고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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