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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5.19 아름다운 쉼터(프로를 만드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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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5-19 ㅣ No.393

프로를 만드는 것(태인영, ‘좋은생각’ 중에서)

통역을 하면서 가슴 깊이 배운 것 중 하나가 프로페셔널리즘이다. 한때, 맡은 일을 잘하거나,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한 적 있다. 하지만 한 가수의 공연이 그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1999년, 마이클 잭슨이 머라이어 캐리, 보이즈 투 맨 등 동료 가수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공연을 했다. 그때 나는 공연 운영과 기획을 맡았다. 한 달여에 걸쳐 잠실 주경기장에 근사한 무대가 세워지고, 공연 전날 리허설이 열렸다.

오전부터 시작된 리허설은 늦은 오후 가수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큰 구경거리가 됐다. 특히 마이클 잭슨 차례에서는 모든 스태프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올 정도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드디어 마이클 잭슨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무대 위에 올랐다.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남방을 풀어 헤친 하얀 러닝셔츠 차림의 마이클 잭슨이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일 정도로 낯익은 동작이었다.

여러 번 본 장면인데도 감동이 밀려왔다. 여기저기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리허설인데 뭘 그리 열심히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최선을 다했고, 땀에 흠뻑 젖은 채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다음 날, 공연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마이클 잭슨은 이미 같은 동작을 무대 위에서 수백 번 선보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리허설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춰 본 뒤 공연에 임했다. 피곤한지 음악을 틀어 놓고 쉬엄쉬엄 춤 동작을 맞춰 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말이다.

단적인 예를 통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느꼈다. 프로는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누구나 익숙한 일에는 나태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고, 혼신의 힘을 쏟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을 느꼈고, 그가 왜 팝의 황제라 불리는지 알았다. 한 사람의 열정이 많은 사람의 가슴에 감동을 다가갈 때, 그는 프로다. 나 역시 여러 해 같은 일을 하다 보니 나태한 마음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마이클 잭슨, 그의 얼굴에 흐르던 땀방울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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