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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고복음을믿으시오(마르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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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oteresa] 쪽지 캡슐

2000-03-09 ㅣ No.1138

(나해) 사순 제 1 주일    

          

          "여러분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  

                 (200주년 마르 1,15)

 

 

복 음 (마르 1,12-15)

그 뒤에 곧 성령이 예수를 광야로 내보내셨다. 예수께서는 사십 일 동안 그 곳에 계시면서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 동안 예수께서는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께서 갈릴래아에 오셔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하시며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하셨다.

 

 

제 1 독서 (창세 9,8-15)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이제 나는 너희와 너희 후손과 계약을 세운다. 배 밖으로 나와, 너와 함께 있는 새와 집짐승과 들짐승과 그 밖에 땅에 있는 모든 짐승과도 나는 계약을 세운다. 나는 너희와 계약을 세워 다시는 홍수로 모든 동물을 없애 버리지 않을 것이요, 다시는 홍수로 땅을 멸하지 않으리라." 하느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너뿐 아니라 너와 함께 지내며 숨쉬는 모든 짐승과 나 사이에 대대로 세우는 계약의 표는 이것이다. 내가 구름 사이에 무지개를 둘 터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워진 계약의 표가 될 것이다. 내가 구름으로 땅을 덮을 때, 구름 사이에 무지개가 나타나면, 나는 너뿐 아니라 숨쉬는 모든 짐승과 나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동물을 쓸어 버리지 못하게 하리라."

 

 

제 2 독서 (1베드 3,18 -22)

그리스도께서도 여러분의 죄 때문에 죽으셨습니다. 죄 없으신 분이 죄인을 위해서 죽으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 번 죽으심으로써 여러분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하느님께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몸으로는 죽으셨지만 영적으로는 다시 사셨습니다. 이리하여 그리스도께서는 갇혀 있는 영혼들에게도 가셔서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들은 옛날에 노아가 방주를 만들었을 때 하느님께서 오래 참고 기다리셨지만 끝내 순종하지 않던 자들입니다. 그 방주에 들어 가 물에 빠지지 않고 구원을 받은 사람은 겨우 여덟 사람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여러분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는 세례를 미리 보여 준 것입니다. 세례는 몸에서 더러운 때를 벗기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양심으로 살겠다고 하느님께 서약을 하는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올라 가셔서 하느님의 오른편에 계시며 천사들과 세력과 능력의 천신들을 당신에게 복종시키셨습니다.

 

 

 

                                                    길라잡이

 

사순절은 근원적으로 부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시기에 보다 더 열심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뉘우침으로써 기쁜 부활절을 준비합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서적 전승으로 볼 때 하느님과의 만남에 앞서 갖게 되는 긴장된 준비의 시기를 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에서 40주야를 단식하시고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사순절 복음에서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예수님의 모습은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빛이시며(사순 제 4 주일), 죽었다가 부활하실 분이시며(사순 제 3 주일), 고난을 겪음으로써 영광을 받으실 분입니다(사순 제 5 주일). 그리고 우리의 잘못을 다시는 기억하지 아니하고 그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 위해(사순 제 5 주일, 제 1 독서)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수난 주일). 찬란하고 기쁨에 넘친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사순 제 2 주일)는 긴 인생의 여정 후에 그리스도와 함께 누릴 부활의 영광스런 예표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는 첫번째 독서에서, 음행과 무질서로 타락한 세상을 하느님께서 홍수로 심판하신 후 노아와 계약을 맺으십니다. 하느님께서 맺으신 그 계약은 노아와 그 후손들을 비롯해서 그와 더불어 숨쉬는 짐승들에 이르기까지 결코 다시는 홍수와 같이 무시무시한 심판을 받지 않으리라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입니다. 이러한 노아의 홍수를 베드로 사도는 제 2 독서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받게 될 구원의 세례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노아의 구원이 "오늘날 여러분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세례를 미리 보여준 것입니다"라고 해설하면서 "세례란 … 깨끗한 양심으로 살겠다고 하느님께 서약을 하는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라는 세례의 신앙적 의미를 거듭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즉 세례는 세례성사 당시의 일 순간적인 행사가 아니라 신앙인으로써 끊임없이 선한 양심을 다져 나가는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생활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구원이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겪으신 40일 동안의 광야 생활이 의미하듯이 숱한 유혹으로부터 이겨내는 자기 정화과정이 필요함을 뜻합니다. 이처럼 오늘 전례 말씀은 참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 자기 절제와 비움을 위한 광야 체험을 요구합니다. 광야는 시련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사십 년간 광야에서 시련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아 만나를 먹고 물을 마실 수 있었으며,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사탄의 유혹과 천사들의 시중을 받으셨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광야는 하느님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때가 다 되었다

 

사순절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참된 회개는 바로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서 사탄을 몰아내고 하느님을 우리 삶의 첫자리로 모셔들이는 것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각자에게 있어서 새롭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침묵의 생활 - 광야 체험의 한 부분 - 의 기회를 마련해야 되겠습니다. 먼지로 되돌아갈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묵상하며 사순기간 중 나름대로 절제된 생활을 계획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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