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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전례의 마음가짐과 몸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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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6-13 ㅣ No.7425

미사 전례의 마음가짐과 몸가짐

 

제가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외짝 교우였던 어떤 아주머니가

남편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서 함께 성당에 갔는데...

성당에 갔다 온 남편이 하는 말, "나, 다시는 성당에 안 가겠다."

이유가 뭐였냐면...

다리가 좀 불편했던 그 아저씨,

미사 시간에 무릎을 꿇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성찬의 전례 때에 무릎을 꿇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미사 시간에 일어섰다, 앉았다, 를 반복하는 것을

성당에 처음 온 사람들이 낯설어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원칙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 기도할 때에는 서서 합니다.

말씀을 들을 때와 아무 할 일이 없을 때에는 앉아 있습니다.

      (단, 복음 말씀을 들을 때에는 서서 듣습니다.  예수님 말씀을 듣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무릎을 꿇는 순서를 생략할 때가 많으니,

그 두 가지만 생각하면 아주 간단합니다.

 

 

"미사"라는 말은 라틴어 Missa입니다.

원음대로 읽으면 '밋싸'라고 발음될 것입니다.

이 말은 '파견하다'라는 말에서 생긴 것입니다.

 

옛날에는 예비신자들은 말씀의 전례 까지만 참석을 했습니다.

말씀의 전례가 끝나면 예비신자들을 돌려보내고

신자들만 남아서 성찬의 전례를 했습니다.

그런데 말씀의 전례 후에 예비신자들을 그냥 보낸 것이 아니라

성대한 파견식을 했습니다.

(지금은 미사가 다 끝난 뒤에 파견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 파견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파견식을 가리키던 말이었던 미사가

나중에는 미사 전례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미사를 예배로 번역하면 안 되냐? 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미사에는 예배 외에도 여러 가지 깊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예배라는 말은 미사의 번역어로 적당하지 않고,

미사를 번역할 만한 우리 말도 없고.... 그래서 그냥 미사라고 부릅니다.

 

미사는 예배와 잔치와 봉헌과 학습과 친교 등등이 모두 합해진 것입니다.

하느님을 찬양하고 흠숭하는 순서도 있고,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는 순서도 있고,

우리가 가진 것을 봉헌하는 순서도 있고,

우리의 청원을 말씀드리는 순서도 있고,

받은 은혜를 감사드리는 순서도 있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잔치의 순서도 있습니다.

 

미사 전례의 세부적인 상징들은 나중 기회로 미루고,

우선 금방 눈에 뜨이는 몇 가지만 이야기합니다.

예비신자들에게서 많이 받은 질문은

제의 색깔이 왜 날마다 바뀌느냐,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종교가 아니더라도 사람 사는 세상의 한 모습입니다.

결혼식을 하는 신랑 신부는 결혼 예복을 입고,

초상을 치르는 상주와 유가족은 상복을 입고,

등산을 갈 때에는 등산복을 입고,

수영을 할 때에는 수영복을 입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등산을 한다면?

아니면 등산복 차림으로 풀장에서 수영을 하면?

 

제의는 사제가 미사를 드릴 때 입는 옷입니다.

미사 전례의 품위와 사제 자신의 마음가짐을 위해서

사제가 미사 집전할 때 제의를 입는 것은 의무사항입니다.

 

<천주교 토론토 성김 안드레아 성당>

 빨강색은 피를 뜻하고 예수님의 죽음과 관련된 날, 순교자들의 축일 때 입습니다.

검은색은 죽음을 뜻하고, 장례미사 때 입습니다.

녹색은 생명, 희망을 뜻하고, 연중 시기에 입습니다.

백색은 승리, 영광을 뜻하고, 예수님의 대축일 때에 입습니다.

보라색은 회개, 보속을 뜻하고, 사순시기, 대림시기 때에 입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사제는 의무적으로 제의를 입는데

신자들은?

그냥 미사포만 쓰면 다 된 것입니까?

역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미사포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관습입니다.)

            (검은색 미사포는 미망인이라는 뜻이 들어 있으니

             남편이 있는 부인들은 검은색 미사포를 사용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서울대교구 도봉산성당 / 부활제4주일>

잠 잘 때 입었던 것처럼 보이는 '츄리닝' 복장에

슬리퍼 신고 와서 미사 참례를 하는 신자를 실제로 본 적이 있습니다.

신랑이나 신부가 그렇게 입고 결혼식에 가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미사 때에는 가끔 목격합니다.

아주 예의에 어긋난 것이지요.

반드시 정장 차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는 않겠습니다.

미사 전례에 어울리는 품위있는 복장을 갖추어야 합니다.

 

얼마 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강론 시간 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살펴보니

어떤 신자가 귀로는 강론을 들으면서 손톱을 깎고 있더랍니다.

명색이 사목회 임원이라는 사람이...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는 말을 듣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미사 중에 딴 짓을 자주 합니다.

머리속으로 딴 생각 하는 건 표시가 안 나지만,

어린 아이도 아닌 어른들이 미사 중에 별 별 행동을 하는 것이

제대에서 다 보입니다.

 

강론 중에 뒤에 걸린 벽시계를 자주 쳐다보는 것은 강론이 지겹다는 뜻일 것이고,

강론 중에 주보나 다른 책을 뒤적거린다는 것은 재미없고 따분하다는 뜻일 것이고...

강론하면서도 신자들의 그런 행동이 다 보입니다.

강론 말고, 다른 순서에서도 그런 행동을 하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내적인 경건함은 외적인 경건함으로 표현됩니다.

정말 온 마음을 모아서 기도하는 사람은

손 동작, 얼굴 표정, 온 몸의 태도... 그 경건함이 다 드러납니다.

그러나 생각이 딴 데 가 있는 사람은 온 몸이 다 흐트러져 있습니다.

 

미사는 주례사제의 독무대가 아닙니다.

미사는 공동체 전체의 합동 공연,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례사제를 중심으로 독서자, 해설자, 복사단, 성가대, 그리고 회중...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가 있고, 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사는 '구경'하는 것이 아니고 '참례'하는 것입니다.

 

미사는 참석자 모두가 함께 드리는 기도입니다.

옷차림 외에도, 행동 하나 하나, 동작 하나 하나에서

자신의 경건한 마음과 정성이 표현되어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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