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어느 컴맹의 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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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년기 [ngjulian] 쪽지 캡슐

2000-07-07 ㅣ No.1461

199X년 2월 1일-

 

드디어 컴퓨터를 샀다

 

방문을 잠그고 포장을 뜯어 어제 새로산 컴퓨터 책상에 조심스레 올려 놨다.

 

멀숙하니 생긴것이 정말 맘에 든다.

 

오늘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일은 한번 해봐야지... 가슴이 설래여서 잠이 안올것만 같다.

 

 

199X년 2월 2일

 

오늘은 애 많이 먹었다.

 

컴퓨터를 어떻게 켜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컴퓨터 사용책자엔 전원을 켜라는데 컴퓨터에 전원이라는 글자는 없다

 

이리보고 조리보아도 없다. (혹 내가 못찾은걸까?)

 

아! 벌써 새벽2시다.

 

이래서 MADE IN KOREA가 욕을 먹는것 같다.

 

 

199X년 2월 3일

 

아무래도 컴퓨터 앞에 단추처럼 가지런하게 있는 두개의 버튼이 신경쓰인다.

 

"POWER" ..... 사전을 찾아보니 내가 알고 있는 뜻과 별 차이가 없다

 

" 힘, 능력, 에너지, 활력 "... 그렇다면 요놈은 전원이 절대 아니란 말인데...

 

아무래고 "RESET"이라 써있는 쪼그만 버튼이 맘에 걸린다.

 

내일은 꼭 켜보리라..

 

난 의지의 한국인이다.

 

 

199X년 2월 4일

 

수많은 걱정과 우려속에 조심스레 "RESET" 버튼을 살짝눌렀다.

 

컴퓨터에 기별이 안가나? 다시한번.. (요번엔 좀 세게, 좀 길게 눌렀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젠 나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할때인거 같다.

 

내일은 집앞의 컴퓨터 학원에 등록을 해야지...

 

기다려라 컴퓨터 내일이면 넌 나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다.

 

푸하하하! 괜히 유쾌해진다.

 

 

199X년 2월 5일

 

학원에 갔다. 10분 지각이다.

 

근데 어찌된일인가?

 

벌써 시작한뒤였다. 내자리의 컴퓨터도 전원이란놈이 들어와 있었다.

 

아차 싶었다.

 

오늘은 자판연습이였다.

 

신기하게도 내가 두드리는 대로 화면에 나온다.

 

신기하다. 하지만 오늘도 어떻게 켜는지는 못 배웠다.

 

집에와서 잠을 청하려해도 저녘에 학원에서 보았던 신기한 자판화면이 머리에

 

떠올라 컴퓨터에 다가갔다

 

하는수 없이 검은 화면만 물끄러미 보며 자판을 두드렸다.

 

재미있었다.

 

 

199X년 2월 6일

 

오늘은 학원에 일찌감치 가서 기다렸다.

 

근데 학원선생이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전부다 컴퓨터를 켜는게 아닌가?

 

대단한 수강생들이다 싶었다

 

맞다! 하긴 어제 처음에 가르쳐 주셨겠지...

 

내만 시커먼 화면 이였다

 

학원선생님께서 전원을 켜라고 했다.

 

참난감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어제 쪼끔 늦게와서 전원 키는건 못배웠노라고..

 

웃는 학원선생과 수강생들의 얼굴이 귀여웠다.

 

 

 

계속이어집니다...

 

취중진담 juliano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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