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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아노오빠 49제 연도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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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vaullina] 쪽지 캡슐

2000-10-23 ㅣ No.1890

 

저번 주 수요일날 저도 다미아노 오빠 49제 연도에 갔다왔습니다.

 

가서 활짝 웃고 있는 다미아노 오빠 영정 사진을 보는 순간 왜 그렇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지.

 

오빠를 잊고 지내던 시간이 49일이나 되었더라고요.

 

 

 

그 날 연도를 바치며

 

오빠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오빠에게 주려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다미아노 오빠에게

 

 

  나는 오빠가 아파하는 모습이 너무 싫어요.

 

  내가 오빠의 도움을 줄 수 없어서 화가 나요.

 

  나는 오빠에게 사랑을 전할 수 없어서 가슴이 아파요.

 

  제발 오빠에게 사랑을 전하게 해 주세요.

 

             ....................................

 

  젬마 언니를 혼자 놔두지 마세요.

 

  젬마 언니에게는 아직 오빠가 필요해요.

 

           ......................................

 

 

 오빠가 청년들에게 베푼 사랑을  우리도 실천하게 해주세요.

 

 오빠 사랑해요!!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오빠는 저를 항상 원더우먼이라고 불렀습니다.

 

예전에 바자회 준비하느라 아침 일찍 성당에 갔다가 제가 짐들을 번쩍번쩍 드는

 

모습을 보고  "현주 생각보다 힘좋네" 하면서 그 때부터 저를 원더우먼이라고 불러

 

주던 오빠였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 말이 참 듣기가 거북해 혼사길 막힌다고 눈을 흘기곤 했습니다.  

 

... 이제는 저를 그렇게 부를 사람이 없겠지요.

 

저 보고 오빠는 그 힘 갖고 오빠 결혼할 때 내가 많이 도와 줘야 한다고 그랬던 적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말이죠.

 

 

 

언젠가 한 번 오빠는 전례단 주회의 나눔시간에 참석해서

 

근래에 읽었다는 법정의 무소유라는 책을 읽고 느낀점을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오빠의 나눔은 버릴 줄 아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자기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했었거든요.

 

하지만, 오빠는 미움이나 욕심등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빤 삶에서 사랑 가득한 모습을 우리에게 많이 보여 주고 떠났으니까요...

 

 

 

다미아노 오빠를 하늘 나라 보내곤 정말 못 잊을 것 같았습니다.

 

오빠를 보낸 후 지금의 내 모습은 오빠처럼 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 살아가면서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오빠, 하느님 곁에서 많은 사랑 받고 지내세요.

 

저, 원더우먼 같이 하늘 나라에서 아프지 마세요.

 

오빠! 남아있는 가족들과 젬마 언니를 위해서 많이 기도 해주세요.

 

그리고 젬마 언니랑 못다한 사랑 하늘에서는 꼭 이루세요.

 

오빠! 제가  오빠 많이 사랑하는 것 아시죠?

 

살아계실 때는 이말 못해지만요, 이제 그곳에서는 저의 이말이 들리시죠?

 

 

사랑해요.

 

편안하세요.

 

 

 

                                                      2000년 사랑하는 바울리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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