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내 마음의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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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방송프로그램이 있슸니다. 하루를 마감하고 정리하는, 그리고 새로운 내일이 시작되는 그 즈음에...
저는 이 시간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하루를 뒤돌아 보게해 주는 명상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또 거기서 새로운 희망과 위안도 받습니다. 어느땐 시간을 놓쳐 듣지 못할 때도 있지만 바쁘거나 들을 여유가 없을 때는 꼭 녹음을 해 두었다 다음날 한가한 시간에 듣습니다.
지금 소개하고 싶은 글은 그 두 시간의 방송 맨 마지막 부분쯤에 늘 한 편의 "시"가 소개되는데 시를 진행자가 읽어주고 또 그 시에 대한 방송작가의 느낌이 narration되어 나옵니다. 오늘 이 시는 며칠인지 기억할 수 없지만 녹음되어 있던것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이 시와 함께 지나온 날 들을 돌아보는 여유와 침묵의 여백을 가져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내 마음의 가을 "
나 해 철
붉은 단풍잎 처럼 얇아서 디뎌 밟으면 바스러질 무엇이 거기 있다. 그때쯤이면 꼭 무엇이든 디뎌 밟으며 떠나는 것이 있다.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은 이런 것을 견디어 낸다는 것일까? 견디어 낼 수록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일까? 요즘 며칠에 십 년이 늙었다. 고개를 숙이면 단풍든 이파리가 아주 말라서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 작가의 소감 > 모든 지는 것 저무는 것에 자꾸 마음이 닿는 계절이다. 모두가 심정적으로 저무는 나이인 것은 아닐까 싶다. 왜 신은 한 해에 한 번 저무는 것, 떨어지는 것을 보도록 만드셨을까? 왜 번거롭게 떼어내고 새로 피어나는 과정을 보도록 하셨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견디어 낸다는 말 속에는 안타까운 nuance가 담겨 있지만 그 견디어 낸다는 것 속에는 또 삶의 가장 중심적인 메시지가 들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떨어지는 잎새들, 물드는 잎새들을 보면서 우리가 떠나 보내는 것, 견디어 내는것은 무엇인가? 내 마음의 가을을 들여다 보는 밤입니다.
+ "눈물울 줄이고 기도에 힘쓰십시오. 운다는 것은 잘못은 아니지만 당신을 떠난 영혼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 성 암브로시오 주교 -
** 11월은 위령성월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