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이상한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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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심 [maria6082] 쪽지 캡슐

2002-02-20 ㅣ No.835

골목을 지나는데 ’들여다보지 마세요’라는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살며시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자 안에는 그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빛깔 고운 과일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과일에는

’나를 밖으로 들어내지 마세요’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들어내지 말라는 말이 그의 호기심을 촉발시켰다.

그는 과일을 바깥으로 들어냈다.

 

그러자 이게 웬일인가. 과일이 갑자기 풍선처럼 불어나는 게 아닌가.

 

그는 당황하였다. 주저앉힐 생각으로

과일을 발로 밟았다. 그러나 과일은 밟을수록 더욱 커졌다.

 

그는 과일을 터뜨려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몽둥이를 구해 와서 마구 두들겼다.

 

그러나 웬걸! 과일은 오므라들거나 터지기는 커녕 더더욱 커지기만 했다.

 

과일은 그이 키보다도 커지고 몸보다도 커졌다.

그는 결국 지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이때 골목을 지나던 노인이 그를 보고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이 답답한 사람아, 저 과일은 다른게 아니라 소문일세.

차라리 무관심했더라면 편했을 것을 괜히 건드렸다가 씨름만하였군 그래."

 

"저것은 그냥 무관심하게 내버려두면 저절로 줄어드는데

부러 주저앉히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정채봉님의 모래알 한 가운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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