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보이지 않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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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희 [libefor] 쪽지 캡슐

2001-04-27 ㅣ No.4551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나의 얼굴을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완만하게 솟은 내 코의 윗 부분 1/3 쯤과 음식을 씹을 때 오르락 내리락거리는 오동통한 볼 살이 가끔 보일 뿐입니다.  직접 볼 수는 없고 다른 매개체가 있어야만 보이는 것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가끔 ’나 자신’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나의 소프트웨어를 담고 다니는 하드웨어이기에 팔은 안으로 굽습니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매일 여섯 시에 운동을 하자’ 다짐을 해 놓고 안 지켜도, 감정에 복바쳐올라 상대방이나 혹은

어린 자식들을 놀라게 해도 나는 나 자신에 의해 항상 죄를 용서 받습니다.

 

  나 자신에 너무도 너그러운 나!  그러한 나의 모습은 가끔씩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에게서 보여져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곤 합니다.아이들과의 약속도 흐지부지되는 때가 많습니다.  총명한 아이들은 엄마가 약속을 안 지킨 것을 알고는 속으로 분노하지만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다짐성 약속은 어짜피 그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엄마 중심의 약속이 많기 때문에 굳이 밝혀서 그들에게 득될 것이 없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어린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엄마의 약속 불이행 카드가 계속 쌓이고 그들에게도 그것이 그저 그렇게 무덤덤해 지는 모양입니다.  결국 아이들도 계속 약속을 못 지키는 일이 허다하지만 누가 그 아이를 탓할까요?  이 어미의 잘못인 것을.

 

  요즘 아이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매일 공기를 들여 마시듯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입니다.  학원 혹은 학습지 과외 선생님들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에도 별로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자기 나이나 신분을 속이고 아무 말이나 지껄여 좋고 나오는 일도 별 일 아닙니다. 나같이 386세대도 충격 받을 욕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도 예사로운 일인가 봅니다.

  

  요새 아이들의 겉모습은 예쁘고 멋있지만 행동은 섬뜩할 때가 많습니다.  왜그럴까요? 그 아이의 엄마나 아버지는 그렇지 않은데, 아이는 왜 그럴까요?

 

  나 자신에 너무 너그럽지 말고, 아이들이 본받을 만한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요?  

엄마는 공부하지 않으면서 아이는 계속 학원으로 돌려지고, 엄마는 약속 안 지키면서 아이가 안 지키면 큰 일이 나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나 자신의 언행의 불일치로 인해 어쩌면 천사같은 내 아이들이 난폭해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시간을 갖어 보는 것이 어떤지,  공부에 찌들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주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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