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나는 '사랑'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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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1-05-04 ㅣ No.4567

전 ’사랑’ 이란 말을 아주 좋아합니다.

20세를 넘긴 어느 날인가에,  ’사랑’ 이란 단어를 곰곰히 생각해 본적이 있었지요.

어렴풋하게...’어떤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런게 사랑이란건가?? ...’ 하던 날에,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저려오는 통증때문에,

사랑하는 일은 사랑하지 않을 때보다 힘든 시간이 더 많다는 깨달음때문에,

사랑을 한다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란 걸 ,

내 나이 40을 넘겨 20년의 시간동안  그걸 깨달아오면서도,

전 사랑이란 단어가 참 좋습니다.

 

 

제가 느닷없이 오밤중의 이 시간에 왜 이런 사랑타령을 하느냐 하면서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테지요.....

 

...........

거의 컴맹에 가까웠던 제가 98년 막바지에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 란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그날 이후로 오늘까지 거의 매일을 컴퓨터앞에서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고 있답니다.

 

인터넷이니 컴퓨터통신이니 하는 신문명에 소외된 것 같은 아줌마의 어색함을 여기 굿뉴스를 접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내 나이 또래의 동호회원들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만남을 이룰 수도 있었고,

특히나 우리 본당의 게시판을 매일 들락거리는 일이, 인생의 한고비를 넘어가는 저에게는 아주 아주 벅찬 즐거움중의 하나였지요.

 

그런데.........

이런게 아마도 인터넷 통신과 그  만남에서 오는 일종의  부작용이랄까?

아니면 아직 극복되지 않은 현대문명의  시행착오이랄까??

우리 한강 게시판의 썰렁함과  게시판 시삽의 노심초사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넷 통신의 장점이라면.....

무수한 정보를 간편하게 취할 수 있다는 거 말고도,

서로 얼굴을 대하지 않으면서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채로

마음을 터 놓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 가슴이 뛰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참 좋았었는데........

그게 한계가 있나봅니다.

지금 우리 한강게시판의 썰렁함처럼 한때  아주 활발했던 여러 게시판들이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기때문이죠.

 

 

우리들은  흔히... ’현대인들의 고뇌와 외로움’에 대하여  이야기들을 합니다.

요즘 자주 생각해보는 건데...

’사람들이 공허함에  많이도 시달리는 것 같다’

’대화가 단절된 시대에 대화의 상대를 찾아,, 저멀리...

사람이 지니고 있는 기계 속으로 파고 들어 말하고 싶어하는 거 아닌가....’

인터넷이나  휴대폰의 메세지 주고 받기.. 일시적으로는 커다란 기쁨을 얻는 듯하지만 그게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게 왜 인지............

그리고 그 다음으로 오는 썰렁함때문에 각자가 부담해야하는 공허함은 더 가중되구요......

 

어느 때엔가부터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주고 받고 허심탄회하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일’ 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눈동자를 보면서 표정을 느끼며 수다떠는 일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저역시.....때로는 그 일이 부담스러워질 때도 있고..

그러하기에  아무 부담없이 너스레를 떨수도 있는 인터넷상의 수다가 매혹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쉽게 식상하는 법이라던가.........

 

굿뉴스 게시판을 통하여 주책스럽게도 제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부쩍  찾아주는 이들의 발길이 한적한 이 곳에  

매일 아침 저녁마다 들리면서 의무처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로 이 곳을 꾸며볼까 하는 일이 이즘 참 부담스럽습니다.

 

매일 들려서...’왔다가 그냥 갑니다’ 란 내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데..

 

 

 

전 ’사랑’ 이란 단어를  참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처음 사랑했던 무엇인가를 끝까지 사랑하려고 발버둥칩니다.

굿뉴스를 아주 많이 사랑했었거든요.....

지금 많이도 썰렁해졌지만, 그리구 이게 신문명과 현대인의 한계인가 싶지만..

우리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하나가 모이고 또 모이면 이처럼 썰렁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전,,, 처음에 사랑했던 그 저의 첫 마음을 사랑합니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들었던  이 곳에  컴퓨터가 아닌 ’사람’ 이 있었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이 사람들안에  잔잔하지만  오래갈 ’사랑’이 있을 거라고 믿기때문에.....

어리석게만  보일지 모르는  이 ’지루한 사랑’을 사랑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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