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내용없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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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희 [chenny] 쪽지 캡슐

1999-12-16 ㅣ No.809

방금전에 2학년 지영이가 왔다갔습니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선생님~ 편지요...^^"

하고 빠알간색 편지 봉투를 건네주었습니다.

앞면에는

’사랑해요’

뒷면에는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위에는 ’선생님께’

아래에는 ’지영이 올림’

이라고 정성스럽게 쓰여있는 편지 봉투였습니다.

그리고 작은 스티커로 꼭 봉해져 있었습니다.

편지를 받고 좋아서...

저는 입안 가득 웃음..

입을 담을 줄 모르고....

편지봉투를 열어 보았지요.^^

처음에 받았을 때부터 웬지 봉투가 너무 얇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안엔 아무것도 ....오잉....

"지영아, 편지가 어디갔지?"
"어???

 어...

집에 놓고왔나봐요... 어떻해...^^"

"선생님..내일 갔다드릴께요^^ 죄송해요^^*"

교실안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저는 편지를 받은 것 못지않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떤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나서는 엉뚱하게 중요한 걸 잊어버리는 수가 있잖아요.

얼마전엔 길에서 만난 어떤 할머니와의 대화에서도 느끼고...

오늘도 느낀 거지만....

우린 꼭 말을 하지 않아도 ..

꼭 내용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 있을 때가 종종 있는것 같아요.

이럴때 우린 말을 했을 때보다 더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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