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반딧불의 묘 2

인쇄

신무승 [stpeter] 쪽지 캡슐

2000-08-26 ㅣ No.4969

반딧불의 묘

 

(다까하다 이사오/1988년/색채/90분/일본)

 

 

 줄거리

 

 

 "나는 쇼와(昭和) 20년 9월에 죽었다" 주인공 세에따의 충격적인 멘트로 영화는 시작된다. 고베 시의 한 역에 한 소년이 죽어 있다. 세에따다. 역원이 시체 옆에 떨어져 있는 사탕 상자를 주워 흔들자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한달 전에 세에따와 똑같이 죽어갔던 여동생 세쯔꼬의 뼈다. 이어서 이야기는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베에 미군의 폭격기 B-29 대공습이 있던 날, 집을 다 정리한 후에

심장이 약한 어머니와 세쯔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세에따. 빗발치듯 쏟아지는 소이탄이 고베의 거리를 불바다로 만든다. 세에따와 세쯔꼬는 겨우 피할 수 있었으나 어머니는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그 다음날 숨을 거둔다. 집은 불타고 어머니까지 잃은 두 남매는 먼 친척뻘 되는 아주머니의 집을 찾아간다. 얼마간은 지낼 수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들은 구박을 받게 되고 결국은 집을 나와 근처에 있는 폐광 속에서 둘만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들은 폐광 앞의 연못에서 어지럽게 춤추고 있는 반딧불을 붙잡아서 폐광 안에 걸어둔 모기장 속에 풀어놓는다. 수많은 반딧불에서 나오는 하얗고 푸른빛이 남매의 얼굴을 환상적으로 비춘다. 그러나 다음날 반딧불은 모두 죽어버리고, 세쯔꼬는 반딧불을 묻으면서 중얼거린다.

  "반딧불은 어째서 곧 죽는 걸까?"

  얼마 안 있어 세쯔꼬는 반딧불과 같이 영양실조로 죽고, 세쯔꼬가 죽은지 얼마 안되어 전

쟁은 끝나지만 세에따 역시 동생이 간 길을 가게 된다.

 

 

 영화에 대하여

 

<반딧불의 묘>와 죽음,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

  자기들의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오누이의 운명을 냉철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감상적인 생각을 바꾸게 한다. 더러워지고 야위어 가는 어린 소녀를 그

대로 보여주고 결국은 죽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그리고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영화는 이런 죽음이라는 중심 주제를 두 개의 상징되는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 그것

은 다름 아닌 물과 불의 이미지이다. 여기에서 물의 이미지는 생명의 이미지이다. 세에따가

공습의 폐허 속에서 수도관에서 터져나온 물로 자신의 몸을 씻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어린

남매의 힘든 시절에 자그마한 웃음을 주는 장소는 모두 물이 있는 곳이다. - 이사갈 때의

논바닥의 물, 그들이 기거하는 호수, 바닷가에서의 즐거운 한때 등 - 반대로 반딧불로 대표

되는 불은 죽음의 이미지이다. 우선 비극의 시작인 공습부터 어머니의 죽음 뒤에 나오는 화

장, 세쯔꼬의 화장, 그리고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반딧불과 회상 장면의 붉은색 등

등, 죽음에 관한 거의 모든 요소는 불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공습시 불타는 고

베 시를 배경으로 일본의 패잔병이 "천황폐하 만세"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제목처럼

모든 죽음의 이미지들이 무덤 속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는 시니컬한 장

면으로 여겨진다.

  이런 주제는 뛰어난 그림과 성우들의 진지한 연기, 그리고 사실적이고 정적인 음향과 음

악처리 등 다까하다 특유의 리얼리틱한 연출력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이 작품은 실사 영화까지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영화인 동시에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깨

닫게 하는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감독에 대하여

 

리얼리즘에 기초해서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계속하는 다까하다 이사오 감독은 1935년 생으로, 동경대 불문학과를 졸업함과 동시에 도에이(東映)동화에 입사했다. <늑대소년 켄>으로 연출을 시작한 그는 1968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태양의 왕자 홀스의 모험>으로 일약 만화영화계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당시까지 생소했던 인간의 내면 세계를 본격적으로 묘사하여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는 TV 시리즈에도 진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비롯해 <첼로 켜는 고슈>, <반딧불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등을 감독했고, 최근의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으로 다시 한 번 그 명성을 확인했다. 그는 일상적인 삶의 소중한 체험을 리얼하게 연출하는 탁월한 작가로 평가되는데 특히 그의 작품 <태양의 왕자 홀스의 모험>과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리얼리티에 입각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만화영화의 매력은 비현실적인 픽션세계의 구현에 있지만 그 전제로서 일상 생활과 그 구성요소 즉 풍경, 지형, 건축물, 가구, 소도구, 음식물 등과 이것들에 대한 등장인물의 감정과 반응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다까하다의 연출 스타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구현된

요소들에 의해서 다음에 펼쳐질 비현실적 스토리 전개가 마침내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3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