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몸은 떠나도 마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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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5-11 ㅣ No.3431

이제 떠나야할 날이 다가 옵니다.

 

발길은 떨어지질 않지만 떠나라시니 떠나야지요.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하신 주님을 따르고자  우리 모두가 세례를 받았고

멀쩡한 처녀더러 애를 가져라 해도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하신 성모님의 순명을 따라 살고자 한 가톨릭신자이기에

떠나라면 떠나야지요. 비록 떠나는 발길이 무거워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 보고 하겠지만.........

 

비록 몸은 떠나도 마음 만은 여러분과 함께 지냈던 답십리성당을 잊지 못할 겁니다. 혹시 차를 타고 답십리성당 앞을 지나치다가도 

"오 가며 그 집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하는 노랫말처럼 어쩌면 그리움 때문에 내 발걸음이 멈출지도 모르지요.

등짐 져 모래 퍼 올리고 벽돌 날라서 지은 교육관이며, 종탑, 12 천사상....................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기념물처럼 우리 머릿속에 하나 하나 각인돼 있는데....

 

답십리와 장안동이 거리상으로는 불과 1킬로메터도 안 되는 거리인데 왜 마음은 아주아주 먼 길을 떠나듯이 아프고 허전한지 모르겠네요.

어떤 이가  웃자고 그러대요. "장안동에 사는 답십리본당 출신들끼리 친목회 하나 만들지?" 물론 자조의 말이었겠지만 .....나는 그랬습니다.

"이왕지사 떠날 바엔 철저히 파괴되어 그들 속에 철저하게 흡수되자고. 공연히 물위에 기름방울 떠 다니듯이 언제까지 땡글땡글 떠다니지 말고 그 물속에 섞여 빨리 희석이 되어서 각자 제 자리부터 찾자"고......

어쩌면 우리가 뿔뿔이 흩어질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오히려 우리 모두가 하나되는 지름길이기에 이제는 한숨마저도 우리는 거두기로 했습니다.

 

내 사랑하는 답십리본당 교우 여러분, 존경하는 원충연 라이문도 신부님, 그리고 꼬마 수녀님.

떠나는 사람들 마음보다 더 아픈 마음이 떠나보내는 이의 마음 임을 우리가 왜 모르겠습니까?

차마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아 가슴 아파하셨을 인정 많은 원신부님 마음도 알구요

신부님 표정에서 고통의 그림자를 읽으셨을 수녀님의 아픈 마음도 어림하구 남지요.또한 문 사무장님 그리고 총회장. 총구역장....그리고 답십리본당 신자 여러분 이제 우리는 떠납니다. 무거운 짐을 여러분들께만 맡기고 떠납니다.

 

뉴타운이니 뭐니 해서 앞으로 어려운 난제들이 수없이 들어닥칠텐데 여러분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슬기롭게 헤쳐나가실 수 있으리라 믿고 항상 기도 드리겠습니다. 언젠가도 말씀 드린 바 있지만 시집을 가드라도 친정집이 잘 사는 걸 보고 가야 맘이 편한 법인데 이런 어려운 문제를 남겨두고 시집가는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희들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사는 것이 고행이요, 그 보다도 주님을 믿고 따른다는 그 자체가 바로 우리 모두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인 것을......

그래도 마음만은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비록 몸은 떠나도 마음 만은....

그리고 여기 이자리, 답십리게시판에는 남아 있겠습니다. 그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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