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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annaj73] 쪽지 캡슐

2000-05-02 ㅣ No.1429

눈 덮인 지리산 자락 어느 마을.오뎅장수 딸 춘자는 건넛마을 순대국밥집 아들 창시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올 겨울 눈이 너무 많이 와 길이 막힌 탓에 오랫동안 만날 수 없었다.그러던 어느날 눈이 녹아 길이 트이자 춘자는 창시를 만나러 건넛마을로 찾아갈 채비를 하고 나가다가 아버지와 마주쳤다.

 

아버지 ㅡ 니오데가노?

춘 자 ㅡ 쩌그아페쪼매가따오께예

아버지 ㅡ 머라카노.오뎅은다끼난나

 

아버지가 내민 오뎅과 작대기는 너무도 많았다.오뎅을 작대기에 끼우는 중 다시 눈이 내리기 시각했다.춘자는 아무래도 길이 막혀 못 갈 것 같은 생각에 편지를 썼다.

그러나 춘자가 힘겹게 쓴 편지는 일 안 하고 쓸데없는 짓만 한다는 나무람과 함께 아버지의 손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춘자는 눈물을 뿌리며 건넛마을이 보이는 언덕으로 뛰어올라 갔다.저멀리 보이는 건넛마을을 향하여 춘자는 목놓아 소리쳤다.

 

오.뎅.다.끼.노.코.가.께.예

춘자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오.뎅.다.끼.노.코.가.께.예

오.뎅.다.끼.노.코.가.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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