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아름다운 추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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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희 [yeulim] 쪽지 캡슐

2001-11-04 ㅣ No.4182

노랑 은행잎 낙엽이 우수수 소나기처럼 쏟아져 뒹굴고 있는것을 보니 어렸을적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넣어 두었다가 친구들에게 글씨를 적어 나누어 주던 기억과, 늦가을이 되면  

 

날을 잡아 지난 한해동안 바람을 막아주고, 우리의 사는 모습을 은근히 감추어 주던 색바랜

 

문창호지를 떼어내고 새로운 창호지를 바르시던 부모님이 생각난다. 당연히 문살에 붙은

 

종이를 떼어내는 일은 우리 형제들의 몫이었다. 문살에 물을 뿌려 불린다음 짚을 돌돌말아

 

북북 문지르면 대개는 잘떨어지지만 그중에서도 끝까지 질기게 붙어있는것이 꼭 몇군데가

 

있어 힘들었었다. 하지만 형제들은 끝까지 힘을 합하며 떼어내었다.

 

그러면 부모님은 창호지를 바르시고, 손잡이 부분에는 코스모스와, 맨드라미를 넣어 덧바르

 

기를하셔 방안으로 비치는 그 색깔에 은은한 아름다운 멋을 느끼게 해주셨다. 거기에다가

 

유리조각을 구하여 문살 한 모퉁이에 유리를 대고 창호지를 잘 고정시켜 놓으면 몇년동안은

 

겨울에도 문을 열지않고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것을 볼수 있었기에 밖의 모습은 항상 신기

 

했었다.

 

이젠 그때를 되돌아 볼수는 있어도 그때로 되돌아 갈수는 없지만요, 어릴적 아름다운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사람들의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지탱해 주는 삶의 에너지로

 

발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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