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오요한 신부님 13일 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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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vimok] 쪽지 캡슐

2001-05-16 ㅣ No.2922

지난 13일 오요한 신부님의 청년미사 강론입니다.

 

여기를 누르세요. 그럼 미사 강론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는것으로...(부활제5주일)  200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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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5주(다) 요한 13, 31-35

 

이제 예수님은 자신이 사랑한 인간들에게 오히려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동안 함께 울고 웃던 제자들에게 이별을 예고합니다. 마음 아픈 이별을 하면서 제자들에게 한가지 당부합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예수님 자신이 아무 조건 없이 내어주는 사랑의 삶을 사셨듯이 우리 또한 그러한 사랑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사랑하던 친구가 미워진 적이 있습니다. 그가 나를 필요로 할 땐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 시간을 희생했고 하던 일도 미뤄두고 도와 주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를 필요로 할 때 그는 나만큼 희생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본전 생각이 난 것입니다. 내가 이만큼 주었는데 너도 이만큼 줘야지.

또 그가 나를 저버리고 멀리 떠나 갈까봐 두려워 내 곁에 묶어두고 싶은데 그는 제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지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그가 움직여 줬으면, 아니 조종당했으면 좋겠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럴 즈음에 서정윤씨의 시 한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수있어야 하리라’

이 시를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얼마나 소유하려고 했는지, 구속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유롭게, 생명력 있게 살아가야 할 그를, 또 그렇게 살아가도록 힘을 주어야 할 그를 오히려 내 방식대로, 좁은 내 울타리 안에 가둬 두려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자유롭고 조건 없는 서로간에 사랑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사랑하고 싶은 만큼만 사랑하려는 나의 욕심과 집착이었던 것입니다. 상대방을 위해서라기보다 내 기준에서, 나의 행복을 위해 그의 날개를 꺽어 내 옆에 가둬두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것이 그를 위한 나의 사랑이라 착각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왜 내 사랑을 몰라주는지 불평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소유욕과 집착은 결국 서로를 질식시켜 죽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저희를 조건 없이 사랑하셨습니다. 상대방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죄 많은 사람이든, 선한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 사랑하셨습니다. 그분은 집착과 욕심을 온전히 비우셨기에 자유로울 수 있었고, 자유롭기에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사랑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놓아주었으며 그들이 고통에 짓눌려 힘들어 할 때마다 그들의 지친 날개를 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사랑을 통해 그들은 다시 날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된 것입니다.

이처럼 주님의 제자들인 우리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자유롭고 조건 없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은총 베풀어 달라고 주님께 청해야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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