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이별한 사람을 찾을때 보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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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만 [1004mjm] 쪽지 캡슐

2000-07-26 ㅣ No.2830

 

   

 

 지명수배

 

         윤수진

 

짓무른 의식의 밤

구석구석마다 박힌 못에

그의 옷이 걸려 있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 속에도 그녀가 있고,

그 안에 그녀의 옷가지도

모두 기억하는 내가 있다

 

무의식의 거넌편 홈까지

가득찬 그녀의 음형을

무딘 기차의 날이

잘라버리고...

통일호보다 무궁화호는

무궁화호보다 새마을호는

그와 내가 잡고 잇는

한 줄을 더 날새게

잡아 당기고..

 

끝까지 놓지 않기로 했던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할

사랑은

뚝...,

끊어져 온몸이 마비되었다.

우리들의 힘줄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기차에 박혀 죽고... .

 

 

    지명수배 2

 

지하 심연의 마음을

굴러다니는 지하철

천정 위에는

출근하는 우리들의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고

모여서 죽죽

내 등줄기를 타고 내리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사랑은, 아니 사람은

뚝뚝 떨어지고,

 

그에게 철거 통고를 받은,

내가, 함마로 두드린 그의 가슴 가슴

멍든 잡석들로

무너지고 있다. 채워지고 있다.

빗발속에서... .

 

 

    지명수배 3

 

흩어진 길들을 주워 모아

같이 걸어도

너와 나 만날 수 없구나

이승에서 함께 사는

철길이면서 우리는.

 

동각난 뼈와

짓무른 살들의 틈으로

흙이 들어온다 해도

하지 않아야 할 이별.

 

실로 끈적이는 밤마다

구더기 같이 뼈 없는 것들이

내 사지에 달라붙는 밤이다

그가 떠난 이후 줄곧... .

 

 

    지명수배 4

 

위험이 닥쳐 올 때 마다

그저 죽은 체 했다.

움직이는 사지를 질책하며

딱딱한 길 바닥에 누워

하늘보다 큰 발이

머리끝에 떨어지건만,

발악하지 못하는 연체동물.

흔적없이 밟아다오

멍든 내 영혼을.

 

 

    지명수 배 5

 

가면이 벗겨질 것 같아

조심스럽게 얼굴을 만졌다

떠나버린 그의 발자욱

허물거리고,

도회지에서 퇴화된 나의 날개는

지축끝까지 묻은 어둠을 가르며

사랑, 그저 미끼 없이 낚고 싶다.

그런 입덧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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