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이별한 사람을 찾을때 보내는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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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수배
윤수진
짓무른 의식의 밤 구석구석마다 박힌 못에 그의 옷이 걸려 있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 속에도 그녀가 있고, 그 안에 그녀의 옷가지도 모두 기억하는 내가 있다
무의식의 거넌편 홈까지 가득찬 그녀의 음형을 무딘 기차의 날이 잘라버리고... 통일호보다 무궁화호는 무궁화호보다 새마을호는 그와 내가 잡고 잇는 한 줄을 더 날새게 잡아 당기고..
끝까지 놓지 않기로 했던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할 사랑은 뚝..., 끊어져 온몸이 마비되었다. 우리들의 힘줄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기차에 박혀 죽고... .
지명수배 2
지하 심연의 마음을 굴러다니는 지하철 천정 위에는 출근하는 우리들의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고 모여서 죽죽 내 등줄기를 타고 내리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사랑은, 아니 사람은 뚝뚝 떨어지고,
그에게 철거 통고를 받은, 내가, 함마로 두드린 그의 가슴 가슴 멍든 잡석들로 무너지고 있다. 채워지고 있다. 빗발속에서... .
지명수배 3
흩어진 길들을 주워 모아 같이 걸어도 너와 나 만날 수 없구나 이승에서 함께 사는 철길이면서 우리는.
동각난 뼈와 짓무른 살들의 틈으로 흙이 들어온다 해도 하지 않아야 할 이별.
실로 끈적이는 밤마다 구더기 같이 뼈 없는 것들이 내 사지에 달라붙는 밤이다 그가 떠난 이후 줄곧... .
지명수배 4
위험이 닥쳐 올 때 마다 그저 죽은 체 했다. 움직이는 사지를 질책하며 딱딱한 길 바닥에 누워 하늘보다 큰 발이 머리끝에 떨어지건만, 발악하지 못하는 연체동물. 흔적없이 밟아다오 멍든 내 영혼을.
지명수 배 5
가면이 벗겨질 것 같아 조심스럽게 얼굴을 만졌다 떠나버린 그의 발자욱 허물거리고, 도회지에서 퇴화된 나의 날개는 지축끝까지 묻은 어둠을 가르며 사랑, 그저 미끼 없이 낚고 싶다. 그런 입덧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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