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사순일기-일곱번째 이야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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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fromrahel] 쪽지 캡슐

2002-03-15 ㅣ No.1276

하늘 나라에서 천사들끼리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 천사가 문제를 냈다. 천사에게는 있지만 사람에게는 없는 것과 사람에게는 있지만

 

천사에게는 없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그것은 신체상의 문제였다.

 

천사에게는 있지만 사람에게는 없는 것, 그것은 날개였다.

 

이 문제는 쉽게 맞출 수 있었지만 사람에게만 있고, 천사에게는 없는 것이

 

무엇인지 좀처럼 알아 맞추는 천사가 없었다.

 

그 때 자야가 번뜩 생각이 나서 대답했다.

 

 “배꼽.”

 

다른 천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날개를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공감한다는 뜻이었다.

 

그 때 다른 한 천사가 말했다.

 

그런데 사람에게 왜 배꼽이 있는 거지? 그러자 처음에 문제를 냈던 천사가 말했다.

 

 “그건 사람들이 웃을 때 필요해. 배꼽 잡고 웃거든.”

 

그러자 천사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물론 없는 배꼽이지만….

하늘 나라에서 천사들이 나눈 담소는 여기서 끝났지만 자야는 사람들에게

 

왜 배꼽이 필요한지 자꾸만 궁금해졌다.

 

곁에 있던 천사는 괜히 쓸데없는 호기심을 갖지 말라는 뜻으로 가볍게 충고해 주었다.

 

“그야 뭐 배꼽티를 입으려면 배꼽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자야는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그 이유를 찾아 보았다.

 

혹시 배꼽이 없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배꼽이 없는 사람을 찾아 보았지만

 

그런 사람은 결코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말대로 배꼽이 빠지게 웃는 사람을 보았지만 그렇다고 실제 빠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배꼽으로 무엇을 할까? 아무리 관찰해 보아도 용도가 없었다.

 

그건 단지 모태와 연결되었던 탯줄을 잘라낸 흔적일 뿐이었다.

 

자야는 모태 속에 있는 아기를 보면서 배꼽이 모태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였는지 알고 놀라워했다.

천사 자야는 하늘 나라에 와서 천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세상에서 보고 온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야가 문제를 냈다.

 

“사람들이 천사를 보고 가장 부러워하는 것과 천사가 사람을 보고 가장 부러워하는 게 무엇일까?”

 

자야는 다른 천사가 알아 맞추기 전에 얼른 해답을 꺼내 놓았다.

 

“사람들이 천사를 부러워하는 것은 죽지 않는 것이고,

 

천사들이 사람을 보고 제일 부러워하는 것은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야.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거든.”

 

그러자 한 천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면 배꼽이 두 개가 되는 거니?”

 

자야가 말했다.

 

“ 거듭난다는 것은 모태 속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 안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거야.

 

  그리고 그건 배꼽이라고 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흔적이라고 해 ”

 

천사들은 일제히 날개를 움직여 동감을 표시하고 하느님께 찬양을 드렸다.

 

자야는 이번 세상 여행에서 큰 소득이 있었다.

 

앞으로는 세상 사람 중에 크리스찬을 찾는 손쉬운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그건 두 번째 배꼽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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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것...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계속될 수 있음이 ’영원’일텐데..혹자는 성서를 이야기 할 때  인간의 가장 큰 비극은 인간이 유한자라는 것, 그런데 창조주 하느님을 닮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인간 최대의 기쁨이자 영광은 창조주이신 하느님, 주님-나의 주인 되신 분 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하느님과 같은 능력은 전혀 없으면서 하느님과 모습이 닮았기에 인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한 판단력과 권능이 없음을 한탄하다보면 정말 인간의 삶은 폐허가 되기 쉽상이겠지만 반대로 온전히 주님께 의탁하여 살 때에 모든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있다. 인간이 하느님 뜻대로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꼭두각시 노릇처럼 이해 될 수도 있겟으나 여기서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없다면 정말 꼭두각시...역할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특별히 성령을 보내주셔서 하느님에 뜻에 맞게 살고자 노력하게 하는 의지까지 내게 주셨다는 것을 실감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에게 남겨진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고싶은 마음이 살짝이라도 들었다면 분명 성령이 다녀가셨기 때문일게다.*^^*

 

사순기이니만큼 더욱 돋보인다..더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없는 사랑으로 부활하게 되시는 예수님의 모습 말이다..

 

7시미사를 기다리면서 제대앞에 꽃을 보았다. 이번 주간을 버텨보겠다고 힘겹게 꽂혀있는 꽃들을 보면서 문득 ’나는 저 꽃만큼이라도 참고 살았던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기 위로는 예쁜 꽃을 피웠지만 줄기 아래로는 뾰족한 침핀에 꽂혀서 물을 빨아 올리고 있을 꽃을 생각하니 새삼스레 제대 앞에 장식된 꽃만큼만 노력해도 저렇게 아름다움을 피워낼 수가 있겠구나...싶었다. 어느 영화 제목처럼 ’생활의 발견’은 정말 이런 깨달음이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로 나를 자꾸만 가르치시는 그분의 손길이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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