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성당 게시판
세상이 아주 어렸을 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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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이 이 땅에 왔을 때 그는 세상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칠 때까지 사방을 헤메고 다녔다. 그러다가 다리 네 개가 있어서 사람이 그 위에 앉아 쉴 수 있어야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의자를 발명해 냈다. 그는 의자에 앉아 먼 곳을 쳐다보았다. 아름다웠다. 황홀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멋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뭔가 부족한게 있다고 생각한 그는 발을 그 밑으로 쭉 뻗고, 그 위에 팔꿈치를 괼 수 있는 어떤 물건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탁자를 발명했다. 그는 다리를 밑으로 쭉 뻗고, 그 위에 팔꿈치를 괸 채 먼 곳을 응시했다. 아름다웠다. 먼 곳에서 바람이 차츰 다가오며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름답지 않았다.
바람과 빗물을 막아 줄 수 있도록 뚜껑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집을 발명했다. 그는 의자와 탁자를 그 안으로 가져가 다리를 쭉 뻗고, 팔꿈치를 괸 채 창문을 통해 비를 쳐다보았다. 아름다웠다.
빗발 속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집 쪽으로 다가왔다. 잠시 쉬었다 가도 될까요? 그 사람이 물었다. 괜찮아요, 그렇게 하세요 최초의 인간이 말했다. 최초의 인간은 그 사람에게 앉을 수 있는 의자, 다리와 팔꿈치를 위해 만들어진 탁자, 바람과 빗물을 막을 수 있도록 벽과 지붕이 있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문과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는 집등 발명품을 보여주었다.
그것들을 직접 만져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 사람에게 최초의 인간이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요?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바람과 비를 발명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 유르그 슈비거, 분도 출판사 {세상이 아직 어렸을 때에}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