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많은 영광 보여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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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consola] 쪽지 캡슐

2004-01-01 ㅣ No.9000

 

 

찬송가 제350장을 부르려면 제 1절의 “어디든지 주를 따라 주와 같이 같이 가려하네"에서 벌써 우리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과연, 과연 어디든지 가낼까’ 고 생각함에 청쾌했던 가슴 속에 積雲卷雲(적운권운; 새털구름 뭉게구름)이 蜂起(봉기)함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가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참말 내 신앙의 고백으로 심령의 진동에서 나오는 소리로써 이 찬송을 불러 보라.  누가 과연 장담코 ‘어디든지 주를 따라’ 같이 가기를 기약해 내랴.

 

제2절에 이르러는 베드로의 통곡이 드디어 폭발할 것이다.

“겟세마네 동산까지 주와 함께 가려 하네. 피땀 흘린 동산까지 주와 함께 가려하네" 하였으나 ‘간들 무엇하나, 겟세마네 동산까지 간들 무엇하리, 피땀 흘리는 곁에 가서 잠잘 바엔’ 하고 생각하매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고나’ 하시며 동정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지금 내귀에 들리는 듯하니 닭 울기 전에 세 번 주를 부정하고 눈물로써 臟腑(장부)를 씻어내던 베드로의 통곡이 우리의 찬송 곡조를 삼켜 버리고야 만다. 蹂躪(유린)하고야 만다. 그러므로 구태여 아름다운 찬송을 부르려고 말고 한바탕 방성호곡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

 

그러나 제4절에 이르러는 울음도 막혀 버린다. 우리 가슴에 수없는 단층과 地裂(지열)이 생기는 것 같다. 보라, “주가 크신 은혜 내려 나를 항상 돌아보고 많은 영광 보여주며 나와함께 가시네”라고.

‘많은 영광 보여주며’ 함께 가신다. 주께서 우리를 인도하심이 지혜로운 어머니가 보채는 아기를 달래듯이 하신다. 命令一下(명령일하)에 능히 우리의 살생을 좌우하실 어른이시건마는 항상 우리를 달래며 우리에게 맛있는 것으로 먹이며 좋은 노래를 들려주시며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 주시면서 천국 길을 향하게 하신다.

 

우리가 예수 믿음으로 인하여 난치의 고질이 나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치의 병상에서 그대로 신음을 계속하는 형제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예수 믿은 후로 생활의 절제를 두어 가난을 면하여 治産(치산)에까지 이른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인을 부끄럽게 하려는 빈핍 중에서 아직껏 탄식을 놓지 못한 친구들도 드물다 할 수 없다.

 

그런데 예수 믿는 이로서 영광을 보지 못한 이가 있을까. 우리의 믿음이 연약함을 아시는 주님은 조석으로 내 손목을 잡으시고 혹은 높은 봉우리, 혹은 낮은 골짜기로 이끄시면서 이영광을 보라, 저 영광은 어떠냐고 하시건만 내 마음 아직도 깨달음 부족하네, 아아, 주는 날마다 영광을 보여주며 인도하시는데 내가 이 영광을 못봤노라 할소인가.   (1939년 6월)

 

김교신 전집 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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