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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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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육 [jangjy] 쪽지 캡슐

2013-01-21 ㅣ No.7644

1. 물과 술
    프랑스의 오래된 속담 중에 ‘물을 통해서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술을 통해서는 다른 이의 마음을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열린 마음들이 서로 만나서 함께 춤추는 흥겨움을 도모하기 위해 잔치에는 술이 늘 등장하곤 한다.
    잔치는 일상을 벗어나서 일상의 정수를 맛보게 하고
    술 또한 제정신을 벗어나서 제정신의 원래 모습을 새로 보게 한다.
    단단하고 맛없어 보이던 삶이 ‘본래’ 아주 진한 향미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멋없고 푸석푸석해 보이던 사람이 ‘본래’ 깊은 장맛을 지닌 존재임을 알게 한다.
    삶을 새로이 갈망하게 하고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 갈망과 욕망의 성취를 미리 맛보게 한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기쁨으로 하늘하늘 거리게 한다. 혼인 잔치라면
    그리고 그곳에 현존하시는 주님께서 주시는 술이라면 두 말할 나위 없겠다.
 
2. 포도주가 없구나
    동이 난 포도주는 잔치의 끝을 의미한다. 살던 대로 살고 보던 대로 보면서
    “재미없다, 부족하다, 싫다”하는 계산 바른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억지로 해내야만 하는 의무와 일거리로의 귀환을 말한다.
    태초에 혼인잔치(창세 2,16~25)를 세우심으로써 세말의 혼인잔치(묵시 19,5~10)에
    초대하시며 이 세상을 혼인잔치처럼 살도록 계획하신 분의 현존을 마음 위에
    ‘너울을 드리우고’(2코린 3,15~16). 더 이상 보지 못하는 강퍅한 삶을 일컫는다.
    이것을 주님의 어머니께서 먼저 염려하시며 주님께 알리신다.
    “포도주가 없구나.” 그러나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열두 번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 삶자. 갈라서자. 한다.
 
3. 물독에 물을 채워라
    물 없이도 술로써 항아리를 채우실 수 있는 주님께서 물을 챙기신다.
    삶을 근근이 가능하게 했던 물(율법)을 재료로 삼기를 마다하지 않으신다.
    물맛처럼 싱겁던 삶을 농밀한 향미를 지닌 포도주, 기쁨으로 충만한 삶으로 변화시킬
    작정을 하신다. 율법의 성취와 완성이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하신다.
    태초부터 영원까지 현존하시는 당신을 마침내 “계시”하시며 믿음을 촉구하신다.
    인류 역사를 이루고 있는 여섯 세대(“물독 여섯 개”) 모두를 당신 자신이 성부와 나누고
    있는 (“두세 동이”) 일치와 친교, 그 환희로 넘치도록 채우러 오셨음을 보여주신다.
 
4.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주님의 어머니께서 주문하신다.
    사람들의 흥취가 사라질 까 먼저 염려하던 분께서 권고하신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어머니로 주신 분(요한 19,26~27).께서 삶의 비법을 일러주신다.
    재미없고 힘들다고 삶을 놓아버리고 더 이상 못 살겠다고 갈라서려는 이들에게
    어디로부터 진정한 기쁨을 길어 올릴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계신다.
 
   광주 가톨릭대학교 김상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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