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성당 게시판

거부할 수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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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택 [johnoh] 쪽지 캡슐

2001-08-29 ㅣ No.626

거부할 수 없는 사람      

                 - 조 희 선

 

한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네.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사람

 

그냥 켵에만 있어도 내 가슴에

 

불이 켜진 듯 환해지는 사람

 

그 사람을 보면

 

영혼 있음이 믿어지는

 

그 너머에 또 한 세상 있음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

 

있어도 없는 것처럼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침묵의 사람

 

어떤 풍랑이나 바람앞에서도

 

빙긋 웃으면 고요가 찾아드는

 

약한 것 같으나 강한 사람

 

 

때로 길이 보이지 않을 때면

 

그의 뒷모습만으로도

 

길이 드러나는

 

나 한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네.

 

 

월간지 "야곱의 우물" 금년 9월호를 읽다가 이 시를 읽어가는 순간

 

이건 바로 저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하느님이시고 예수 그리스도이시기도 하고 우리 본당신부님같은 분이기도 하고

 

누구나 팔자도 지지리 못난이라고 은근히 측은해 하지만 스스로는 기쁘게 감당하며

 

살아가는(병든 노시부모를 지성껏 공양하는) 우리 동네 어느 자매님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되어져야 할 저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이렇다 저렇다라고 감히 묘사할 수가 있을 수 있나요

 

그러나 저의 인식의 범위 그 어디에나 그 너머 무한대에 이미 계신 분,

 

그야말로 인간들의 시 속에도

 

이웃의 일그러진 얼굴속에도

 

행복에 겨워 어찌할 바 모르는 웃음 속에도

 

직장의 그 지긋지긋한 경쟁원리 속에도

 

싱그러운 초가을 하늘빛 속에도

 

폭풍우 사나운 칠흑같은 밤에도

 

하느님은 거기 우리를 불꽃같은 눈으로 졸지도 주무시지도 아니하고

 

지켜보고 계신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항상 기뻐하고 모든일에 감사하고  쉬지말고 기도하라 가르치신

 

바오로사도의 말씀을 새기며 이 초 가을에 다시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 비천한 종을 가엾이 여기소서.

 

고통을 이겨내는 마음의 넓이를 세상기준이 아닌 하느님스러움으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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