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정채봉의 "접어보지 않은 날개 어디 있으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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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민 [seorin1] 쪽지 캡슐

2000-09-29 ㅣ No.1732

정채봉의 "접어보지 않은 날개 어디 있으랴" 중에서

 

 

높이, 멋지게 날아오르는 갈매기가 있었다.

갈매기는 훼방을 놓는 안개와 비바람을 무수히 제쳤다.

그가 바라는 지점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난데없이 하늘로부터 우박이 쏟아졌다.

갈매기는 날개에 우박을 맞고 모래밭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시 날기를 포기하고 있는 그에게 기러기가 다가왔다.

" 왜 다시 날지 않니? "

갈매기가 대답했다.

" 하늘로 부터 우박을 맞았어요.

하늘이 내가 더 오르려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같아요."

기러기가 말했다.

" 날으는 새들 가운데 우박 한 번 맞아보지 않은 새가 있는 줄 아느냐?

문제는 너처럼 우박을 맞고서 높이 날기를 포기하는 데 있다."

갈매기가 물었다.

" 그럼 우박은 어떻게 생각하여야 하는가요?"

" 재난은 보다 강하게 해주는 단련의 기회인거야.

그리고 결코 하지 못함의 통지가 아니라

약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연기 통지인거야."

기러기가 물었다.

"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은 무언지 아니?"

갈매기가 고개를 저었다.

" 결코 꺽이지 않음이야."

고개를 쳐드는 갈매기의 눈동자에 파도가 일렁거렸다.

기러기가 말했다.

" 그 우박은 널 주저앉히기 위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야.

다시 도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을 알아보고자 함이지."

갈매기는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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