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배꺼지게 하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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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기 [jamesbae] 쪽지 캡슐

2000-10-18 ㅣ No.36

배꺼지게 하려다....

 

식당에 가서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오늘 점심에는 또 무엇을 먹지?

망설이던 중 누군가 한 말이 기억났다.

4-50대는 저지방 고단백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오라, 미니 뷔페에 가서 야채나 실컷 먹자 하고 지하 식당으로 내려 갔다.

거나하게 한 소쿠리 씹어 삼키고 올라 왔더니 도무지 소화가 안 된다.

 

부푼 배 소화도 시킬 겸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예술의 전당으로 슬슬 걸어 갔다.

야!  이것이 웬일인지 느티나무와 감나무마다 잎이 곱게 물들어 있고

예쁜 가을 신부들이 여기 저기서 웨딩 사진을 찍느라 난리가 났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앞에는 유난히도 감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나무마다 주저리 주저리 노랗게 물든 감들이 매우 먹음직스럽게 달려 있지

않은가!

어느 TV인가 녹화를 한다고 법석을 떨기에 그양반들만 아니었으면 체면이고

뭐고 하나 따먹었을 유혹을 받았다.

아마 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에서 하느님께서 따먹지 말라고 이르신 그 생명

나무 열매(일명 善惡果)도 그래서 따먹었을 것이다.

 

인조석으로 반듯하게 깔아 놓은 마당위로 느티나무 잎들이 바람에 휩쓸려

가면서 갈갈갈갈 소리를 내는데 이 놈들이 또 내 마음을 할퀴고 가더구나.

그래 한 여름 내내 자기 할 일 다하고 내 이제 다시 흙으로 돌아가려는 참에

좀 굴렀기로서니 왜 당신이 참견이냐고 해대는 소리가 틀림없다.

그래 나도 그대들 잎새의 말라 꼬부라진 사연을 왜 모르리오!

하지만 나는 그대들 때문에 아프게 된 마음의 상처는 누가 고쳐준단 말이오.

 

배꺼지게 하려다 괜히 마음에 아픈 상처만 남기고 돌아온 야고보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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