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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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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3-22 ㅣ No.7375

 “참 좋은 길”(사순 제2주일 강론)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떠남과 축복’에 대하여 말씀해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집착하는 어떤 것, 즉 재물이나 기득권 또는 고향이나 가족, 친지 혹은

떠나기 싫은 정든 곳을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소명’을 위해 떠남으로써

주님의 은혜를 체험하도록 이끌어주십니다.

아브람함의 예가 그러하였고, 구약의 야곱도 그러했으며,

형들의 손에 의해 이집트의 노예로 팔려갔던 요셉의 예도 그러하였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변모하는 모습 좌우에 나타났던 모세와 엘리야의 삶 또한

주님께서 주신 소명을 이루기 위해 버리고 떠난 삶이었고,

모진 고난을 겪고 나서 하느님께로부터 놀라운 은혜를 받은 삶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결정적인 순간에 집을 떠나 광야로 나가셨고,

우리나라의 첫 사제들인 김대건과 최양업도

조국의 구원사업을 위해 이역만리 타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우리의 구원을 위해, 그리고 참다운 영광을 위해 떠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변모의 주인공들, 예수님, 모세, 엘리야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진정한 구원과 영광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가셨던 고통과 수난의 길을 가야만 이루어진다는

‘십자가의 신비’를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를 향하여 무엇을 목표로 하여 떠나야 합니까?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는 방향도 못 찾고 정처 없이 헤매는

난처한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예를 들은 모든 성인들은 길을 떠날 때 반드시 목표가 있었고,

어떤 때 그 구체적인 목표를 분명하게는 잘 몰랐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이끄심에 대하여 확신을 갖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서,

마침내 하느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을 갈 수 있었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주님께서 손수 이끌어주심을 확신할 수 있고,

우리는 주님의 이끄심을 성경묵상과 영적상담,

그리고 공동체 활동을 통하여 알아내고, 깨달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이끄신다는 것을 총체적으로 알려주는 단어가

‘소명(召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님으로부터 소명을 받는 자,

소명을 깨닫는 자는 평생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어려움과 시련도

주님께서 나와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기에 잘 극복해나갈 수 있습니다.


(2008년 수원교구 소공동체 복음묵상 전합수 가브리엘 신부님 말씀 참조)


저는 대학 청년시절 주일학교 선생님을 하며,

성경공부를 하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많은 형제들의 관심과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한 편으로는 여러 가지 혼란과 방황을 함께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며 내가 살아야할 인생의 목표와

하느님께로부터 어떤 소명을 받았는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결국 나는 ‘사랑의 혁명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알아낸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에게 가르쳐 주신 것임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청년시절의 세상에 대한 온갖 꿈과 야망을 버리고

가족을 떠나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마침내 거룩한 사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브라함과도 같은 응답으로 전혀 새로운 인생길을 걸어간 것이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과 형제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발자국마다

주님의 무한한 은총과 섭리가 함께 하셨음을 마음속 깊이 느낍니다.


주님께서 가라고 하시는 길은 분명히 쉬운 길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고난과 십자가가 분명히 있지만 그 길이야 말로 참된 기쁨의 길입니다.

그 길은 모든 것을 비우고, 모든 것을 버리고 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첫 발을 내딛기가 아주 힘듭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주신 소명을 생각하고 일단 첫 발을 내딛으면

이 길이야 말로 참된 행복의 길임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다 비웠지만 주님께서 모든 것을 채워 주십니다.

채워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온 우주를 다 내어 주십니다.

처음에는 꼴찌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첫째가 됩니다.

처음에는 미천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시간이 갈수록 가장 존귀하고 영예로운 사람이 됩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하느님 나라의 천국을 차지하는 가장 큰 부자가 됩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라고 하시는 십자가의 길은 ‘참 좋은 길’입니다.

그 길을 걷는 도중에 우리는 부활의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영광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어 부활의 영광을 차지하신 것처럼

우리도 그 아름다운 길을 용감하게 걸어 최후의 승리자가 되도록 합시다.

(송현성당 송현 마테오신부님 사순2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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