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2부작* 아침마다*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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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reality76] 쪽지 캡슐

2000-01-06 ㅣ No.2043

자명종 소리가 신나게 으름장을 놓아 버리곤 제 풀에 꺾였는지 고요하다.

’꿈인가, 생시인가’

짜증스럽게 짖어대는 리듬에 맞춰 발가락을 움직였던 기억이 어슴프레 떠오른다.

앗! 지각이다.

8시30분 전철을 타야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는데 혅대 내게 주어진 시간은 20분가량이다.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그 복잡함 속에는 아침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이리 저리 신문을

들추어 보며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는 여유로움에 대한 환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냉혹하다.

4호선 노원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한 환승통로는 서울에서 가장 긴 곳이었는데

그곳을 전원주 아줌마처럼 전력질주 해야만 했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한 사람 두사람

제치면서 희열을 느꼈으며(뭐가 잘났는지...)그 찰라의 순간을 즐겼다.

마주 걸어오는 무표정한 사람들, 제각기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속도는 다르지만

모두 흘러 가고 있음을. 그리고 더욱 집요하게 떠 올라지는게 있었다.

그건 스물 다섯의 고고한(?) 내가 호들갑스럽게 뛰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다.

이따금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나마 여유가 있을땐

그들과 보조를 맞춰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뛴다. (’우린 동지입니다.’라고 무언의

암시를 주기도 함.) 또 넉살좋은 나는 웃으면서, "지각하셨나보죠?" 분발하세요."하고

휑 앞질러 가기도 한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웃는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치열하게 또 인간적인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의 어설픔과 바보스러움이 타인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을까요?  아니여요.

각자의 삶 속에 미소짓게하고 설레게 하는 그사람이 있죠.  하지만 항상 머피의법칙이

말썽이라니까요.  후편도 읽어 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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