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혼자라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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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영 [vlfdud] 쪽지 캡슐

2001-10-30 ㅣ No.3292

*** 혼자라 느껴질 때 ***

 

                                                         -김 현 태-

 

외톨이라 내 자신이 느껴질 때

전 가끔씩 나무에 기댄 채 그렇게 서있습니다

잎사귀 그늘이 내 얼굴에 물들고

바람이 내 가슴 한 모퉁이를 부채질해도

그냥 그대로, 오후의 정적을 감당하며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나무와 나 사이, 그 사이엔 외로움도,

쓸쓸함도, 아픔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잠시, 내 스스로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길을 잃은 개미들에게

친절히 길을 안내해 주고

오랜 여행으로 지친 참새에겐

잠시, 나뭇가지 하나 정도는 은근히 내밀어 주며

땀 흘리는 노동자에겐 꿀처럼

달콤한 그늘 한 폭을 선사해 주는,

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혼자란 없습니다

다만 혼자 서 있는 사람만 가득할 뿐이지요

당신이 외톨이라 느껴질 때,

그래서 그 서글픔이 가슴 밖으로 넘쳐흐를 때

나무 가까이 다가가 나무에 기대세요

그렇게 한 그루 나무가 되세요

당신을 원하는 수많은 외로움 때문에

당신은 금세, 외톨이임을 잊을 겁니다   

                                         

                                                    

                           산문집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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