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혼자라 느껴질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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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라 느껴질 때 ***
-김 현 태-
외톨이라 내 자신이 느껴질 때 전 가끔씩 나무에 기댄 채 그렇게 서있습니다 잎사귀 그늘이 내 얼굴에 물들고 바람이 내 가슴 한 모퉁이를 부채질해도 그냥 그대로, 오후의 정적을 감당하며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나무와 나 사이, 그 사이엔 외로움도, 쓸쓸함도, 아픔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잠시, 내 스스로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길을 잃은 개미들에게 친절히 길을 안내해 주고 오랜 여행으로 지친 참새에겐 잠시, 나뭇가지 하나 정도는 은근히 내밀어 주며 땀 흘리는 노동자에겐 꿀처럼 달콤한 그늘 한 폭을 선사해 주는, 나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혼자란 없습니다 다만 혼자 서 있는 사람만 가득할 뿐이지요 당신이 외톨이라 느껴질 때, 그래서 그 서글픔이 가슴 밖으로 넘쳐흐를 때 나무 가까이 다가가 나무에 기대세요 그렇게 한 그루 나무가 되세요 당신을 원하는 수많은 외로움 때문에 당신은 금세, 외톨이임을 잊을 겁니다
산문집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