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봄날의 연한 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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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희 [yeulim] 쪽지 캡슐

2000-05-06 ㅣ No.3163

  산골 작은 마을에는 봄이 더딘 걸음으로 찾아 오고 있었습니다. 새벽에는 영도 이하로 내려

 

가는 싸늘한 날씨가 봄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서울은 봄 꽃들이 피었다 지고 연초록 고운

 

잎이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는데.....

 

산골은 이제서 이름 모를 풀들의 파릇한 새순이 고개를 내밀고, 이른 아침에는 부지런한

 

산새들이 풀 숲에서 조잘거리고, 햇살이 따사로운 한낮에는 너울너울 날갯짓으로 나비가

 

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겨울, 생명의 흔적들 마저 남김없이 삼켜 버리고 나뭇가지마다 하얀 얼음꽃을 피웠던 그것

 

도 다시 세상 구경을 하러 나온 어린 싺들에게 기어이 그 자리를 내어 주었습니다. 역시

 

강한것을 이기는 힘은 더 강한 힘인가 봅니다. 봄은 이제 농부들의 땀 흘리는 손길과 봄의

 

생명력으로 손이 닿는 곳과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푸르디 푸른 생명의 빛깔로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연초록의 풀잎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자꾸만 더 강해지고 더 가지려고 애썼던

 

흔적들을 없애고 고운 모양도 풍체도 없이 연한 새순과 같은 모습으로 십자가에 다리셨다

 

부활하신 그 분의 모습을 닮아 가기를 이 봄과 함께 소망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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