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보리쌀과 커피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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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1-01-12 ㅣ No.2095

 

12월의 어느 춥던날...

 

제가 일하는 가게 앞에 몇시간 전부터 우리 가게쪽을 바라보며 대로변에 서있는 30대 후반의 남자분이 있어서 누구를 기다리거나 약속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 서성이는인것 같다고 생각해습니다. 그분이 3시간 정도 그 자리에 서 있었던듯 싶은데 아니,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순간 깜짝 놀랐지요.  거기 서있던 사람은 차도옆 인도에 온갖 종류의 잡곡들을 잔뜩 진열하여 팔고 있었던 거지요. 그것도 5시면 어두어진 거리에, 그 추운 날씨에 몇시간씩 서서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플텐데...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올랐어요. 가뜩이나 울보인 저는 목이 메어서 눈만 꺼벅이며 눈물을 말리고 있었지요.   

그 젊은 나이에 명퇴를 당했던가, 사업이 잘못되었거나 어떤 이유이건 부양가족을 위해 이추운 거리에서 별로 팔리지 않은 물건을 펼쳐 놓은체 망연히 서 있었던 거지요.  

내 남편 일수도 있고 누구라도 그럴수 있는데...

 

사무실에서 따끈한 커피한잔을 준비하여 그분에게 건넸지요.  그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지 어리둥절하시다가 저의 마음을 읽었는지 맛있게 드셨지요.  저는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아늑하게 지내면서 조금만 힘들어도 남편에게 힘들다고 투정을 하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힘들게 살아감을 느끼면서 마음으로 뉘우침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1시간쯤후 그분이 사무실로 들어오셔서 검은 봉지에 무언가를 담아서 저에게 주시며 오늘 생각지 못한 대접에 너무 행복했노라고, 작은 자신의 성의라며 주시고 가셨어요. 그안에 보리쌀이 한되쯤 담겨있었답니다.  댓가를 받으려고 한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자신도 커피에 대한 댓가로 주는것이 아니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커피한잔과 보리쌀 한되의 교류지만 행복한 마음이었어요. 그분이 겨울을 잘 지내고 건강한 봄을 맞이하길 빌어봅니다.  

 

새해엔 특히 어려우신 분들 복 많이 받고 모든일이 잘 되어지길 빌어 봅니다.

 

스텔라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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